말씀묵상

하나님, 삶, 인생

NOMAD in Seoul 2020. 9. 17. 16:51

1. 교회 다니지 않는 지인들이 내게 종종 그랬다. 그래도 믿는 종교가 있으니 의지할 곳이 있지 않냐고. 대놓고 반박하진 않았지만 '좋기는 개뿔, 부담감만 하나 가득이다'란 생각을 했었다.

돌아보면 내가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것이 많아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뭔가 내 힘과 노력, 열심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선하게, 성경적으로 사는 것이 내 생각과 의지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2. 참 불만이 많았다. 이 나이 먹고 이러고 있어도 되는건지, 남들은 이것도 갖고 저것도 갖는데 난 왜 이 모양 이꼴인지... 아둥바둥 거렸고, 정말 열심히, 모든 것에 열심과 최선을 다했다. 7월 초중반까지. 그 이후에는 뭔지 모를 무기력함에 빠졌고, 몸이 지쳐서 정말 해야만 하는 일들만 최소한으로 쳐내며 버티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상태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내가 감사할게 얼마나 많은 지를 깨달았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고, 세상적인 기준과 잣대를 놓고 보면 난 갖지 못한게 참 많은 것이 맞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무엇인가를 소유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신경쓰고 돌봐야 하는게 적단 것이고, 내가 소유한 것이 적단 것은 이 땅에서 내가 지킬게 적기 때문에 그만큼 세상 것에서 초연할 수 있단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코로나로 사람들이 일이 힘들어지는게 내게는 별로 영향이 없었다. 애초에 가진게 없기 때문에. 그런데 나는 부모님 소유의 집에서 동생과 둘이 살고 있고, 내 기본적인 필요+약간의 럭셔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일감은 들어와 있었다. 이 땅의 법제도와 세상의 기준으로는 갖지 못한게 많은 사람인데 이만큼 누리고 있다는 것, 이게 축복과 은혜가 아니면 뭐라할 수 있을까?

3. 한국교회에서는 노력을 참 중요시한다. 노력, 필요하다. 그런데,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고 허락하지 않으시는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내 노력을 제대로 된 방향에 쏟는게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방향으로 노력을 쏟으면, 내가 여러 이유로 조금 부족해도 하나님께서 그 길을 여실 수도 있고,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하나님께서 막으셔야 할 부분은 막으신다. 세상에 꼭 열려야 하거나 꼭 막아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긴 하지만...ㅎㅎㅎ

4.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결과는 우리 손에 달려있지 않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내가 내 능력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꼭 필요하신 것이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그렇게 고민하고, 돌아보고, 묵상하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막히다 보면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 보게 되고, 알게 된다. 그게, 기독교인에게는 가장 큰 축복 아닌가?

어떤 것이든 결과는 하나님 손에 있다. 그건 하나님의 전쟁이지 내 전쟁이 아니다. 본인의 능력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길이 열리지 않았다면, 거기에 잠시 멈춰서 다른 길을 찾아보면 된다. 가지 못한 길에 미련을 갖는 것은 내 욕심이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아니다.

5. 핵심은 과정에 있다. 우리가 이 땅에서 길게 살아야 100년. 그 사이에 뭐 어마어마한 것을 이루고 가겠다고 아둥바둥 거리며 욕심을 내나? 이 땅에서 아무리 많이 가져도 그건 이 땅에서 잠시 갖는다는 것일 뿐이다. 이 땅을 떠나면 그것에는 또 누군가의 이름이 붙고, 우린 잊혀져 갈 것이다.

잊혀지지 않는다고 치자. 그게 우리가 죽은 다음에 우리한테 무슨 이익이 있나?

우리 삶의 과정.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 뭔가를 이 세상 기준에서 소유하지 못했다고 해서 힘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일단 내가 살아가질 길이 있다면, 그거로 된거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경험해야 할 길은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을 움직여서 가게 하실 것이고 우리는 욕심과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을 따라 살면 된다.

6.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의 핵심에는 말씀과 기도가 있다. 기도와 말씀이 아니라 말씀과 기도다. 우리는 기도한답시고 우리 욕망과 욕구를 하나님께 뱉어낼 수 있으니까. 말씀을 읽고, 그 안에서 하나님께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셨는지를 고민하고 알아간 후에, 그에 따라 기도하고, 그 과정에서 받은 힘과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내면, 그러면 되는거다.

그렇게 살다보면 힘들지만 행복하고, 괴롭지만 즐거운 순간순간들이 올 것이고, 그렇게 지내면서 하나님께서 내 삶에서 이겨주시는 전쟁들을 겪으며 살다 이 땅에서 할 일을 마치고 부르실 때 하나님 곁으로 가면 된다.

그게, 기독교인의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