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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드라마 보다

'나의 아저씨'를 보다가

시나리오를 써야 해서, 대본을 쓰기로 마음 먹어서 가장 좋은 것은 앱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볼 때 스스로를 정당화 시킬 수 있단 것이다. '난 공부 중인거야'라고 말이다.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익혀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각 등장인물들별로 어떻게 메인 라인이 짜이고, 사람들 간의 라인이 어떻게 티키타카를 주고 받는지를 고민하며,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 또는 영화를 좋아하고 몰입했는지는 영화의 첫 10분, 드라마는 1화를 볼 때 정리되고 그 다음부터는 항상 다시 드라마 또는 영화를 보면서 끝까지 정주행을 하고 나서는 '그래, 이렇게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니 꼭 시나리오나 대본을 써보는거야'라고 마음 먹는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멍멍이 짓는 것 같은 소리인가.

그런데 아주 가끔씩 그 과정에서 씁쓸해질 때가 있다. 오늘은 예전에 방영된 '나의 아저씨'를 드디어 결제한 앱을 통해서 보는데 '이렇게 힘들게 살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을 연기하고 이 분은 얼마나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배우를, 배우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광고와 돈이 몰리게 되어 있고, 사람들을 몰리게 하는 배우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시장친화적인 일이다. 그리고 내가 '나의 아저씨'를 보기로 한 것도 그 작품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씁쓸함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마치 가짜 가난을 팔아서 부자가 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가난은 무엇이며, 진짜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표가 생긴다. 2화를 보고 있는 와중에 벌써 이 드라마가 왜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는 이해가 되는데, 과연 가난한 사람들은 저렇게 비도덕적이라는 식으로 그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 물음표가 생긴다. '드라마적 허용'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런 '드라마적 허용'이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어쩌할 것인가? '드라마적 허용'이라는 이름으로 어쩌면 많은 감독과 작가들은 사람들에게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또는 바람직하지 못하는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들은 '드라마적 허용'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와 즐거움, 시청률을 위해서 사람들을 모니터 앞에 끌어들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는 인식하고 있을까? 잘만든 드라마임은 분명한데, 계속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런 이야기를 오락으로 보고 즐겨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만약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과연 가난한 사람들을 이렇게 그려도 되는 것일까?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도덕적일 수 있지 않나? 

드라마적 허용. 내가 지금 함께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자주 쓰이는 표현. 그거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