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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20년 봄,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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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주여행을 위하여 사실 일 년에 한 번씩은 가는 제주여행에 대한 글을 브런치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정리한 내용을 쓰기 위해 만든 매거진에 제주 얘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늘 그렇듯이, 내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은 보통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구독해 주시는 건데 내가 또 한 번 그 트랙에서 벗어나는 글을 쓰는 게 어쩌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지 않기엔 이번 여행이 내게 선물해 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 기록을 남기고 싶더라. 여행을 다니며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면서 지인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과 ..
제주의 책방들 제주에서 몇 년 전부터 생겨난 트렌드라면 트렌드는 아마도 '책방'일 것이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4박 5일 동안 버스를 타고 제주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돌면서 다니더라. 그 친구의 인스타를 보면서 처음으로 소위 말하는 '독립서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주 솔직히는 '도대체 저게 무슨 재미가 있다고 저러고 다닐까?'라는 생각도 조금은 가졌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제주에 갔을 때 마침 시간과 기회가 되어 제주에 있는 '무명 서점'을 방문했는데, 그때서야 그 재미를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은 것의 재미는 모르는 법. 기본적으로 책은 좋아하고, 읽은 책 보다 사놓은 책이 많은 성향이 많은 편이다 보니 책방 주인이 큐레이션 해 놓은 책들을 보는 건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구들 책방에서는 서울..
혼자 또는 함께 제주엔 보통 혼자 여행을 간다. 숨 막혀 죽을 듯할 때 제주를 찾다 보니 아무래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해서 보통 혼자 제주를 찾는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제주에 있는 지인이 있으면 밥 한 끼 정도를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혼자 제주에서 쉬는 게 좋았다. 함께 했기에 묵을 수 있었던 숙소의 풍경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고, 그래서 특별했다. 이번에도 기본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1년 넘게 보지 못한 동생들과 연락되어 차를 한잔 했고, 마찬가지로 거의 2년 정도 보지 못한 형 부부와 같은 숙소를 2박 3일 동안 쓰면서 따로, 또 함께 했다. 그 부부와는 제주에서 '놀러' 또는 '쉬러' 다니는 것은 따로 하고 에어비앤비에서 함께 묵으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또한 그대로 의미가 있..
제주 여행의 방법들 나의 첫 제주 여행은 자전거 일주였다. 학부 1학년 때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겠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동네에서 타던 자전거를 타고 완도까지 가서, 배를 타고 들어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에서 자전거만 죽도록 타고 배를 타고 부산으로 나왔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게 과연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항상 있다. 어떤 분들은 '제주는 000으로 여행해야지'라고 못을 박아버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주로 떠난 이유와 제주에서 누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여행 방법을 달리하면 되는 것이지 제주여행에 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렌터카, 공공버스, 도보 등의 방법으로 제주를 여행해 봤지만, 내가 경험한 제주여행은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렌터카는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이..
제주와 어울리는 식당 '로컬푸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컬푸드만 먹는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또 그분들은 '제주도에 가서 무슨 일식, 프랑스 음식 등을 먹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앞의 글에서 썼지만, 나도 제주에 가면 로컬 음식, 진짜 제주의 현지 음식은 무조건 찾는 편이다. 그러나 여행은 여행이고, 현지에 계속 사시는 분들이 먹을 음식만 먹는다면 그게 '떠나온' 사람의 일상에 맞을까? 개인적으로 제주여행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주에는 '쉼'에 맞는 식당들이 있기 때문이다. 꼭 해산물로 만들지 않고 제주 흑돼지, 당근 등이 들어가지 않아도 쉼을 찾을 수 있기에 찾게 되는 식당들이 있다. 그런 식당들은 기본적으로 식당들만의 메뉴가 한두 가지가 있고,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로컬푸드를 먹어요 여행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작지 않다. 이는 '여행'은 내가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나는 재료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먹고 내가 있는 곳에서는 잘 접하지 못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내가 고향집을 떠나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역의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에 여행에서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꼭 그런 기준으로 여행 중 음식을 찾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식당, 왠지 바닷가니까 유명할 것 같은 음식, 싱싱할 것 같은 음식을 찾아서 '나 여기 다녀왔다'라고 자랑을 하거나 인증하기 위해 특정 음식이나 식당을 찾는 경우도 많다. 사실 그런 방식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여행 중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겨울에는 제주죠 5-6년 간 매년 제주를 연 1회는 내려가면서도 성수기에는 간 적이 없다. 그나마 성수기에 가까웠던 것은 6월 중순 정도?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거의 항상 1월에 시간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가 갖고 있는 제주의 기억은 거의 겨울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이상할 정도로 여름에 휴가를 가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서 모든 휴가지가 여름이 성수기이지만, 사실 난 제주의 겨울이 더 좋다. 겨울의 제주는 서울을 포함한 육지보다 따뜻해서 패딩으로 꽁꽁 싸매고 있지 않아도 되고, 렌터카와 숙박비도 여름보다 저렴하고, 심지어 맛집들도 줄이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는 기다리기엔 너무 줄이 긴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비수기'로 분류되는 시기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
게하에 묵는 이유 제주에 갈 때는 거의 항상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 처음에는 혼자 여행할 때는 게하에 묵는 게 익숙해서이기도 했지만, 도미토리에 숙박하면 하루 25,000원에 조식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 게하를 선택했다. 그리고 혼자 하는 여행이 때때로 외로웠기에 숙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왁자지껄 떠들고 술 마시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이번에 묵은 한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식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어갔다. 어디든지 머리만 대면 잠들던 난 잠자리에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같은 방에 낯선 사람과 있으면 잠이 잘 오지 않기도 해서 도미토리는 3-4년 전부터 거의 찾지 않는다. 개인 공간이 확보된 침실 형태가 있는 도미토리가 아닌 이상. 그런데 그러다 보니 하루 숙박비가 최소 4만 원에서 5만 원이 넘어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