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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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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면이 있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이 세상에 어차피 공존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남자의 여자의 다름은 우리가 잘만 보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점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보통 더 단순하고, 경쟁적이다 보니 뭔가에 꽂히다 보면 추진력이 강한 편인 반면 너무 단순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잘 보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데, 여자들은 보통 훨씬 섬세하고, 한 번에 여러 가지 변수들을 생각할 줄 알고 예민한 반면 때로는 그중에 어떤 결정을 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를 때가 있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상호보완적이고, 어느 경향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시리즈에서도 이미 수차례 밝혔지만, 난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을..
진정한 남녀평등에 대하여 최근에 '남녀평등'이 문제 된 사례를 살펴보자. 그리고 그 사례들이 모두 정말 남녀평등의 문제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BBC에서 연봉 15만 파운드가 넘는 인원의 연봉을 공개했는데 국제 담당 편집장 4명 중 남자 편집장 2명은 연봉이 15만-20만 파운드 구간 또는 20만-25만 파운드 구간에 있었지만 다른 여성 편집장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여성 편집장들은 연봉이 15만 파운드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항의하며 BBC 중국 에디터인 캐리 그레이시는 사퇴했고, 이 문제는 영국에서 크게 부각되었다. 2. 할리우드에서 배우들의 출연료가 일부 공개되면서 같은 영화에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 여자 배우들이 남자 배우들의 10~25%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출연료를 받은 것이 드러났다. 러닝 개런티도 ..
모든 남자가 같은 종자는 아니다 미투가 터지고, 유력 정치인들의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지난 몇 년. 부끄러운 말이지만, 난 그제서야 한국 여성들이 어떤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지를 알게 됐다. 혹자는 미투가 터지고 성추행, 성폭행은 예외적인 케이스들이라고 하지만 내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내 회사 동기에서부터 학교 후배들까지, 남자들에게 성폭행까진 아니어도 성추행을 당하지 않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녀들은 자신이 나선다고 해서 세상이, 회사가, 사람이 바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침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알고, 자신이 경험한 것이 진리고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유부남이 애인 하자고 연락 오고, 얼굴만 아는 회사 사람이 나랑 사귀자..
남자도 부모는 좋아도 '시댁’은 싫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어머니에 대한 우리나라 남자들의 마음 애틋하다. 이는 지금의 20-30대들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아버지는 돈을 벌고,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살았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겐 어렸을 때부터 아침에 나가고 저녁에 들어와서 주말에 뻗어있는 어색한 아버지보다는 나의 모든 것을 챙겨준 어머니와의 유대감이 훨씬 크다. 이는 남자들의 경우 더 그런 듯한데, 그건 아마 아버지들은 '남자답게' 키운다는 미명 하에 아들과의 대화나 소소한 경험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딸들은 귀엽다, 귀엽다 하면서 애지중지 키우지만 아들을 그렇게 키우는 아버지들은 많지 않다. 아들은 남자다워야 한단 이유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대부분 어머니가 친가 또는 어머니의 시댁에..
우리나라 가장들의 착각 어떤 글을 쓸 때나 생각을 많이 하지만, 오늘 발행한 [남자도, 가장이고 싶지 않습니다]만큼 힘겹게 쓴 글이 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최종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조금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인 일정상 그 정도로 정리하고 발행해야 했다. 이 시리즈를 쓰는 궁극적인 이유는, 개인적으로 진정한 남녀평등은 [남자]를 집단으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하고 남자들 중에서도 여자들이 말하는 [남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고, 책임과 의무를 평등하게 부담할 때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남녀평등에 대한 어젠다는 너무 피해자로서의 여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에 따라 논의가 자극적이고 감정적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만든 구조와 해결책, 남..
남자도, 가장이고 싶지 않습니다 가장: 가족을 통솔하고 대표하는 사람 가족을 '통솔'하고 '대표'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책임을 수반한다. 통솔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어디로 향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가족을 끌고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대표한다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이해도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가장=남자]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게 박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여성도 세대주가 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가장은 남자라는 식의 유교적인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야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유교를 모든 사회질서의 기반으로 삼아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유교를 전제하고 있..
남자들의 배우자 선택 남자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오해가 있다. 남자들은 외모를 많이 보고,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는 속설. 그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를 전제하면 그 두 가지 속설은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그런데 그 전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물어봐야 하는 질문이 있다. 여자들은 다른가? 내 지인들과 대화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여자들도 20대에는 연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30대 중반에 들어서면 여자들도 가능하면 연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연하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던 사람들도 연하를 만나는 것에 긍정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여자들 또한 본인의 기준에서 외모적으로 매력이 전혀, 전혀 없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어한다. 물론, 남자들의 경우..
남자의 경제력과 결혼 브런치에서 연애와 결혼을 메인 콘텐츠로 삼았을 때, '경제력은 지금 당장 얼마나 경제력이 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그 사람이 향후에 예상되는 커리어나 가능성이다. 상대의 경제력을 판단할 때는 상대가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사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우린 먼저 '왜 [남자]의 경제력이 여자의 경제력보다 더 중요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사실 '결혼하면 왜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하나?'와 관련되어 있다. 남자가 집을 마련하는 문화는 사실 '신부가 신랑 집으로 들어가 사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그런 문화 속에서는 신랑 측 집안이 신부를 맞이하고 신부 측에서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