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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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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싱글로 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오랜만에 첫 직장의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대학 때부터 만나던 남자 친구와 일찍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11살이라는 데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서 곧바로 아이가 생겨도, 아이가 생겨서 결혼을 해도 그 아이가 11살일 때 내 동기의 아이는 성인이 되어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 겪은 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며 우울하거나 비참하단 느낌 없이 담담하게 '이젠 현실적으로 싱글로 죽을 수도 있단 생각도 하면서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통화를 마치고 편하게 별의별 얘기를 다했던 동생과 나눈 카톡 대화. 나: 이젠 진짜 싱글로 살다 죽게 될지도... B: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비혼인 사람들도 요즘 많잖아! ..
결혼, 대화, 그리고 속궁합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글을 오래 써왔지만 스킨십과 관련된 얘기는 쓸 때마다 부끄럽고 민망했다. 보수적인 가정교육을 받고, 보수적인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외국인학교를 다니면서 어렸을 때부터 교육도 받고, 친구 집에 가서 실전용 도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 나아진(?) 편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어땠을지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친구가 어떤 걸 갖고 있었길래 그러냐고? 음... 그나마 밝힐 수 있는 건 중학교 친구가 방에서 콘돔을 색깔과 종류별로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가정교육과 성장환경이란 게 참 무서운 게 그런 환경에서도 난 철저히 보수적으로 살아왔다. 남자들 중 소위 말하는 '혼전순결'을 절대적인 가치로 붙들고 산 기간은 내가 상위 1%에 ..
'스킨십부터 맞춰 봐야 돼'? 이 글의 본래 제목은 '속궁합부터 맞춰 봐야 돼'였다. 하지만 차마, 제목부터 그렇게까지 선정적으로 하진 못하겠어서 조금 우회로를 택했다. 사실 남자들 간의 대화에서, 특히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남자들만 모여있는 자리에서 자주 들었던 얘기다. 그 시기가 가장 혈기왕성할 때이기도 했지만, 그런 대화는 주로 형들이 주도했다보니 '정말 그럴까?'란 의문이 있어도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20대에도, 내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적나라한 얘기들까지 수도 없이 해댔던 형들이 많았던 걸 보면 그런 확신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보수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상대가 편하게,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란 기준이 세워..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인간이 본래 악하기 때문에,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간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은 상당한 시간을 혼자 보내고, 항상 본인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파리나 뉴욕에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없듯이 인간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경험들로 축적된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힘과 의지로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어도, 그러한 경험들에 '공감'하는 것은 인간이 홀로 있을 때 이뤄질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그것을 넘어설 수 있게 ..
남녀 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같이 일하는 인턴이 너무 피곤해 보였다. 집도 멀고 최근에 계속 그냥 야근이 아니라 늦은 야근이 많아서 걱정이 되었다. 괜찮냐고, 어제 몇 시에 들어갔냐고 묻자 늦게 들어가진 않았는데 몸이 좀 안 좋다, 피곤하다고 했다. 더 걱정이 되었다. 만성으로 누적된 것은 아닐까 싶어서. 지금 돌아보면 굳이 그래야 했을까 싶은데, 난 정말 괜찮냐고 또 물었고 그 친구의 답변에 미안해졌다. 눈치채지 못해서. 그렇게까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민망했을까. 왜 그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지만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다른 세상을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정말 모든 것을 다 터 놓고 지내던 여자 친구를 만날 때서야 알게 되었다. 남..
어쩌면 연애와 결혼의 이유 오늘 아침. 내가 사용하는 공유 사무실로 길을 나서며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사랑, 연애와 결혼에 대한 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내년 3월이면 무려 3년 동안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건데, 나도 글을 이렇게 오래 쓰고 있을지는 몰랐다. 이 주제에 대해서. 내가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잡고 학위를 받을 때까지 약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으니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난 내 박사학위 논문을 쓴 기간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구독을 오래 해오신 분들이나 나중에 하셨어도 내 이전 글들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사이에 몇 번이나 이 주제에 대한 글을 그만 쓰려고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다른 주제들로 또 쓸 이야기들이..
현대사회에서 남자들에게 결혼의 의미 과거에 결혼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필요했다. 여기에서 '과거'라 함은 먹을 것을 직접 사냥하거나 추수해야 하는 시절을 의미하고, 산업화가 되기 이전에는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남자들이 근력이 강하고,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힘이 센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니까. 그래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들은 야생동물이나 굶주림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 했다. 그런데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물리적으로 힘이 드는 일들은 기계들이 처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최소한의 신체적인 능력만 있으면 되는 일이나 힘 보다 머리를 쓰는 것이 요구되는 일을 통해 한다. 즉, 이젠 힘과 생계의 문제가 직접 관련되지는 않고 안전의 문제도..
소개팅 주선의 고달픔에 대하여 예전에는 소개팅을 쉽게 주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차피 두 사람의 일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소개팅 주선자의 임무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싫지 않은 수준의 사람들을 소개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또 한창 소개팅 주선하는 재미를 느낄 때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양쪽에 상대의 반응을 전해주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랬던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 시작한 것은 내가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시점을 겪거나 소개팅 주선했던 사람이 내가 아는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소개팅 자리에서 보였다는 경험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주선자를 잘 찾지도 않더니 헤어질 때 즈음에는 어쩜 그렇게들 주선자를 찾는지... 그나마 한쪽이 일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