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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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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8주 동안 매주 하나씩 써온 [프리 하지 않은 프리랜서 이야기]의 연재를 마쳤습니다. 사실 매주 월, 수, 금에 다른 주제로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똑같이 월, 수, 금에 Seoul Talker라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은 구속하는 것이 없는 프리랜서인 제 삶을 구속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그렇게 제 삶을 관통하는 큰 요소인 프리랜서에 대한 시리즈를 마치니 뭔가 매주 꾸준히 한 주제로 글을 썼다는 것이 뿌듯함과 동시에 아쉽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짜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툭하면 듣는 [야 그래도 프리랜서는 자유롭잖아]가 너무나도 듣기 싫었고, 대나무 숲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마음으로 브런치 안에서 이 시리즈를 써 나갔습니다. 그렇게 계획한..
프리랜서의 종착지 앞의 글에서와 같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도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떠밀려 프리랜서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건 절반만 사실이고 절반은 거짓말이다. 내가 조금만 스스로를 낮추고 수그릴 줄 아는, 내 색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난 한 때 연봉 순위 5위를 벗어나지 않았던 회사에서 13년 차 회사원이었을 수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우선순위에 높게 뒀다면 작은 중소기업의 no.2로 있었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옵션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한 건 이 두 가지는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난 왜 프리랜서가 되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것을 갖고 그리는 장기적인 그림이 있기 때문이고, 또 운이 좋게..
프리랜서는 때때로 죄인이 된다 프리랜서의 삶은 절대로 안정적이지 않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프리랜서들이 겪는 어려움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논의가 되던 계약이 기약은 없어도 그나마 연기가 되면 다행이고, 취소된 계약들도 수두룩 할 것이다. 아니, 이미 계약된 건들이 취소된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는 자연재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설사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걸 문제 삼을 프리랜서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그걸 문제 삼는 순간 업계에서 계속 일하기가 쉽지 않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들은 가까운 사람, 특히 가족들에게 죄인이 된다. 결혼을 해서 가장 역할을 하는 프리랜서들은 경제적인 상황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에..
프리랜서, 하지 마세요. 몇 년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서 그래도 잘 버텨왔기에 코로나로 인해 계약할 뻔한 건들이 날아가고 나머지는 다 지연되고 있어도 통장잔고를 까먹으면서 괜찮게 버티고 있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쌓는 단계라고 생각하며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지금 당장 돈을 받는 일이 없는 게 일면 다행인 측면도 있었다. 덕분에 새로 시작하는 나만의 일들을 하는 패턴을 익힐 수도 있었으니까. 난 내가 그렇게 지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되어 이번 주에 일을 한 건 계약하기로 하면서야 깨달았다. 사실은 내 안에 불안감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게 함께 일해보자고 하신, 업계에서 20년째 프리랜서로 일하며 단순히 자리 잡은 것을 넘어서 ..
프리랜서, 내게 맞을까? 본인이 생계를 해결하면서 그런 루트를 만들고 그 루트가 만들어진 후에 그 루트로 가는 건 프리랜서로의 삶이겠지만 자유, 여가, 디지털 노매드와 같은 키워드들이 사람들을 사로잡으면서 프리랜서에 대한 로망을 가진 분들이 아주 적지는 않은 듯하다. 이 시리즈는 그런 분들의 환상을 깨고 싶어서 유난히 프리랜서의 힘든 점과 부정적인 면들을 강조해 온 것도 사실이다. 사실 프리랜서의 장점이나 프리랜서를 할만한 이유는 이미 다들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까. '프리랜서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 체크리스트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1차적인 관문을 통과한단 느낌으로 체크리스트를 갖고 무엇인가가 내게 맞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단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은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느..
프리랜서는 자발적으로 '을'이 된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지인에게 일을 받아서 납품까지 마쳤는데, 연락을 살갑게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지인도 지금 회사 일이 엄청 바쁘다 보니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 사이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갑작스럽게 받은 일이라 정신없이 처리했는데 이상이 있었나? 마음에 들지 않았나? 입금은 되겠지?'라는 생각까지. 저 밖에는 나를 대체할만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고, 내가 한 일이 한 번 아니라고 판단하면 내게 주려던 일이 언제든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단 것을 알기에 프리랜서들은 작년에 같이 일을 했고, 그 후에 올해 다시 일감을 줬고 앞으로 일을 더 주겠다고 했어도 긴장하고 불안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그래도 지인이면 낫지 않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지인을 대하는 것이 더 어려운 ..
프리랜서의 월요병 월요병: 월요일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 월요병이 주말에 흐트러진 생체리듬 때문에 생긴다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생체리듬보다는 출근하기 전에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 또는 스트레스가 월요병의 더 큰 원인인 듯하다. 생체리듬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주말에 푹 늘어졌다가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을 앞두고, 또는 월요일에 몸이 피곤한 것은 그만큼 몸이 그 리듬을 피곤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월요병이 없다는 게 아닐까 싶다. 프리랜서는 최소한 '하... 내일은 000가 있네'라는 생각으로 짜증이 나고 피로감이 몰려오지는 않는다. 이는 아마도 프리랜서는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본인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일하..
입금일자를 다르게 설정하는 이유 프리랜서의 계약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건 별로 계약을 해서 그 일이 끝났을 때 받기도 하고, 전체를 프로젝트로 받아서 선급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받기도 한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일정 기한 동안 월급처럼 매달 입금되는 형태로 일을 받기도 한다. 입금이 되는 날짜 역시 천차만별이다. 건 별로 계약을 하면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갑님들의 상황에 따라서 비용 지급 일정이 적지 않게 밀리기도 하고, 선급금, 중도금, 잔금으로 받는 경우에는 보통 날짜가 정해져 있어서 그에 대해서도 프리랜서가 의견을 낼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경우에도 좋은 회사들은 입금 일자를 지키지만 담당자가 조금만 신경을 안 쓰거나 내부적으로 정신 없는 일이 있으면 이 또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먼저 알아서 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