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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3년 봄, 까미노 데 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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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의 모든 것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사람들이 보통 ‘까미노’라고 하는 것은 프랑스 남부지역에 있는 생장 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하는 ‘프랑스 길’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프랑스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남부에서 시작하는 길, 포르투갈에서 시작하는 길, 프랑스 길보다 더 북부에 있는 길도 사실 모두 ‘까미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길들은 지형과 길이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모두 다르다. 프랑스 길과 북부 길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고, 프랑스 길은 Paula Coelho가 ‘Pilgrimage’라는 책을 쓴 이후 굉장히 유명해졌다. 가장 많이 알려진 프랑스 길의 경우 길이가 약 800km인데 평균적으로 30일 전후가 소요된다. 물론 그보다 훨씬 ..
Epilogue 꽤나 오랫동안 쓰다 멈추기를 반복했던 순례자 유랑기를 마칩니다. 중간중간에 고민을 많이 했고, 여러 글을 썼다 지웠습니다. 까미노를 다녀온 지 너무 오래되어서일까요? 글 안에 계속 제가 드러나려고 하더라고요. 아는 척하려고,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깨달았는지, 난 이렇게나 걸었다는 식의 자랑을.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많이 돌아봤던 것 같습니다. 마치 까미노를 다시 한번 걷는 것처럼 말이죠. 까미노. 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한국 분들이 워낙 많이 걷고 왔으니까요. 한국 사람들이 왜 그렇게 까미노를 많이 방문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진지하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내렸던 결론은 한국이 그만큼 각박하고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단 것이었습니다. 어딘가 멀리,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
순례자 유랑기_가야 할 이유, 인생 까미노가 그렇게 어마어마한 추억이 되는 이유는 까미노를 한 달 동안 걷는 과정에서는 인생을 압축해서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200km는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시간은 마치 우리 인생에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처음 200km를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보통 체력적으로는 하루에 30km전후를 걸을 체력이 만들어지는데, 그 이후에는 산을 넘고 허허벌판을 경험할 뿐 아니라 다양한 풍경과 변화무쌍한 날씨를 경험하면서 (이건 시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히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한 번씩 길을 걷는 또 다른 순례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며 인간이란 어떤..
순례자 유랑기_가야 할 이유, 추억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추억'이란 것이 참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한 살이라도 어리고, 힘이 남아 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하는 편이다. 스펙을 위해서, 잘 나가기 위해서, 취업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억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이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수록, 그 시기를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은 듯하고, 추억이 많을수록 지금의 힘든 시간을 버티기가 조금은 수월해지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까미노를 걸은 경험은 내가 거의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는 내 평생에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실 2주 이상도 휴가를 내기가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 아닌가? 엄청 잘 나가는 연예인이 아닌 이상 말이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해외에 나가도 이메일..
순례자 유랑기_가야 할 이유, 경험 이 글을 연재한 이유 까미노 위에서의 이야기는 지난 글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사실 까미노 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내가 연재하고 있는 글들보다 본인의 여행기 또는 순례기를 정리한 서적들을 통해서 훨씬 잘 알 수 있다. 나 역시 까미노를 떠난 지 4-5년이 되는 시점에 그대 일어났던 일들을 브런치에서 정리하려는 1차 시도를 했다가 지금의 형태로 뒤집어엎었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솔직히 말해서 까미노를 다녀온 지 시간이 조금 지났다 보니 그때 일어났던 일들 하나, 하나에 감정적으로 몰입해서 글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큰 이유는 몇 편을 쓰다 보니 이건 결국 '내 이야기'이고, 까미노에 이미 다녀오신 분들은 그 글을 읽으며 본인의 추억을 돌이켜 볼 수는 있겠지만 까미노에 ..
순례자 우량기_시기 인생의 시기 까미노를 걷고 온 사람들 중에 나처럼 몇 년이 지나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그 시골길 뭐 대단한 게 있다고'라면서 까미노가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특별히 까미노에 대해서 별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 그런데 내가 걸었던 6년 전, 비수기인 3-4월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까미노를 걸었어도 그에 대한 큰 여운이 남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그에 대한 설명은 Samos에서 내가 만났던 한 스페인 할아버지의 까미노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할 수 있는데, 그 할아버지의 말은 '까미노가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들은 까미노가..
순례자 유랑기_시간 얼마나 걸리나? '순례길'을 걷는데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설명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평균치를 잡아놓은 것일 뿐, 순례길을 걷는 게 걸리는 시간은 딱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시간과 본인의 체력에 따라 까미노를 서로 다른 시간 동안 걷는다. 그리고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프랑스길'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피레네 산맥 아래에 있는 프랑스 마을인 생장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이 프랑스길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걸린다'라고 획일적으로 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장에서 시작해서 산티아고까지 800km를 걷는데 얼마나 걸리냐?'라고 묻는다면 평균적으로 30일 전후가 걸린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 질문은 시작점과 거리가 명..
순례자 유랑기_화살표 유일한 기념품 개인적으로 특별히 뭔가를 수집하는데 취미가 없다. 여행을 가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곳이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편이지 기념품을 사 오지는 않는다. 하물며 그냥 여행도 아니고 앞에서 거창하게 설명했듯이 '순례'를 다니는 마음으로 걸은 까미노를 다녀와서 무슨 기념품을 사겠나? 사실 기념품을 굳이 사지 않아도 까미노를 걷고 나면 걸었다는 인증서와 내가 길을 걸으며 찍은 도장이 있는 여권(?)이 기념품이 되기 대문에 다른 기념품을 살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배낭 하나만 가지고 길을 걷고 나서 보면 기념품을 담은 공간조차도 가방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산 기념품이 있었으니, 그건 노란 화살표가 새겨진 남색 후드티였다. 배지도, 열쇠고리도, 모형도 사실 개인적인 경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