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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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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싱글로 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오랜만에 첫 직장의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대학 때부터 만나던 남자 친구와 일찍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11살이라는 데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서 곧바로 아이가 생겨도, 아이가 생겨서 결혼을 해도 그 아이가 11살일 때 내 동기의 아이는 성인이 되어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 겪은 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며 우울하거나 비참하단 느낌 없이 담담하게 '이젠 현실적으로 싱글로 죽을 수도 있단 생각도 하면서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통화를 마치고 편하게 별의별 얘기를 다했던 동생과 나눈 카톡 대화. 나: 이젠 진짜 싱글로 살다 죽게 될지도... B: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비혼인 사람들도 요즘 많잖아! ..
'스킨십부터 맞춰 봐야 돼'? 이 글의 본래 제목은 '속궁합부터 맞춰 봐야 돼'였다. 하지만 차마, 제목부터 그렇게까지 선정적으로 하진 못하겠어서 조금 우회로를 택했다. 사실 남자들 간의 대화에서, 특히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남자들만 모여있는 자리에서 자주 들었던 얘기다. 그 시기가 가장 혈기왕성할 때이기도 했지만, 그런 대화는 주로 형들이 주도했다보니 '정말 그럴까?'란 의문이 있어도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20대에도, 내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적나라한 얘기들까지 수도 없이 해댔던 형들이 많았던 걸 보면 그런 확신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보수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상대가 편하게,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란 기준이 세워..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인간이 본래 악하기 때문에,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간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은 상당한 시간을 혼자 보내고, 항상 본인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파리나 뉴욕에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그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없듯이 인간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경험들로 축적된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힘과 의지로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어도, 그러한 경험들에 '공감'하는 것은 인간이 홀로 있을 때 이뤄질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그것을 넘어설 수 있게 ..
'사랑'임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사랑'이란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쉽게 '사랑'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누군가와 만날 때 연애할 때 상대를 '사랑'하는 것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호감'을 갖고 알아가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가 없다. 이는 상대를 이성으로 인식하고 우리 안에서 호르몬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우리 내면의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이 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감정이 생겨나고, 설레임이 폭발하는 단계에서는 우리의 그런 마음이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인지, 생물학적으로 욕구가 만들어내는 상태인지, 아니면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인지..
'첫 키스만 50번째'의 사랑 현실주의자의 시각 하와이에 여행 온 여자들과 돌아가며 잠자리를 즐기던 남자가 잠자고 일어나면 어제 있었던 일을 반복적으로 잊어버리는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사실 지극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이러한 사랑을 바라보게 되면 말이 안 되어 보이는 것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아무리 그다음 날 일어났을 때 과거에 있었던 주요한 일들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여준다고 한들, 두 사람 간의 추억이 축적되지 않는 관계가 평생을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연애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두 사람 간의 추억이 서로에게 쌓이는 것이며, 그렇게 서로 공유한 추억과 감정을 기반으로 단단한 신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에서 헨리와 루시의 사랑은 사실 매우..
나 자신을 알자, 그게 연애의 시작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조건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안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하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어떤 면을 사랑한단 말인가? 나의 어떤 면은 괜찮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근거는 있어야 하지 스스로를 아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은 감정이나 감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래서 '사랑은 머리로 하라'는 것은 사실 상대방과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먼저 적용되어야 하는 명제..
사랑, 인간 감정의 종합예술 '사랑'이라는 단어는 남녀관계를, 그리고 연인을 떠올리게 하지만 사랑은 그러한 관계에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사랑은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심지어는 자신 스스로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들 하니 '나와 나'라는 가상적 관계에서도 의미가 있고, 물건에 대해서도 때로는 '사랑'이라는 표현을 우리는 사용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그 논의가 복잡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심리학적으로는 사랑을 Eros(낭만적 사랑), Ludus(유희적 사랑), Storge(우정), Pragma(논리적인 사랑), Mania(소유적 사랑), Agape(이타적 사랑)으로 분류하는데 그러한 '심리'들이 어떻게 다른지는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을 이와 같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예의 난 과거를 잘 잊는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 난 내가 과거에 만났던 연인에 대한 나쁜 기억이 별로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헤어지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이름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도 있을 정도로,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일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사람과 갔던 카페, 그 사람과의 첫 키스 장소, 그 사람에게 고백을 했던 장소를 지나갈 때면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기억이 난다고 해서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그저 피식 웃고 만다.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과 함께. 내게는 그렇게,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나쁘게 기억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과 만날 때 즐거웠던 기억, 고마웠던 기억들은 가끔씩,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