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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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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 친구들과의 대화 아버지께서는 무역회사에 다니셨고, 그 때문에 나는 국내와 외국을 어린 시절에 많이 오가면서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고등학교만큼은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며 나를 한국으로 혼자 돌려보내셨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어차피 한국 사람이고 결국은 한국에서 살아야 할 것인데 고등학교 친구들이 평생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고, 한 학년에 2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학교를 다녔기에 우리 동기들은 서로의 근황을 은근히 계속해서 전해 들으며,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친구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얘기였다. 지금 나와 친한 동기들은 거의 결혼을 했는데, 이들이 결혼한 후에는 사실 서로 자주 보지도 못하지만 만나더라도 대..
인연과 운명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회사에 다닐 때 나보다 10살 이상 많은 선배가 해준 말이었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현실에 존재한다고.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믿고 한 사람을 3년, 또 다른 사람을 2년 이렇게 찍다 보니 어느새 30대 후반이 되었다고. 그런데 지금 같이 사는 아내와는 소개를 받고 그냥 흘러,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식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있더라고. 그렇다. 열 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 나무도 있다. 물론 열 번 찍어서 넘어가는 나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그리고 서로 연락을 할 수단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는 열 번 찍을 때까지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겠지만 사실 이제는 SNS나 카톡 등을 통해서 서로를 알기가 ..
결혼식의 의미 최악의 결혼식 내가 가 봤던 최악의 결혼식은 호텔은 아니었으나 호텔급(?)으로 진행된 결혼식이었다. 다른 의미는 아니고 밥이 코스로 나왔다는 의미다. 모 대기업 사옥 1층에 있지만 실질은 호텔과 마찬가지인 환경의 결혼식. 사실 그 식장에 몇 번은 갈 일이 있었고, 다른 결혼식에는 그 전이나 후에도 한 번도 그렇게 최악이라고 느낀 적은 없는데 그 결혼식이 내게 최악의 기억이었던 것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 때문이다. 식장은 훌륭하고 전체적인 식 분위기도 당연히 식장의 영향을 받아 괜찮았지만 문제는 내가 앉은 테이블이었다. 늦게 혼자 가서 테이블에 혼자 앉았는데 어쩌다 보니 그 테이블이 신랑 측 아버님의 일이랑 관련된 분들이 한나 가득 이셨던 것이다. 뻥 뚫린 홀에서, 그 테이블에서 신랑과 신부가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