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모임에서 나오는 대화는 뻔하다. 스포츠, 군대, 정치, 여자. 그중에서도 스포츠는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에 따라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스포츠에 대한 대화를 하는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이는 군대 얘기도 마찬가지인데 나처럼 소집하는 민방위도 끝난 사람은 사실 군대 얘기를 하는 게 짜증이 날 정도다. 그리고 정치 얘기 역시 모인 사람들에 따라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남자들이 남자들 앞에 본인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털어 넣는 경우는 매우 극히 드물다. 정말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어느 저리에서나, 기혼자와 미혼자를 가리지 않고 여자에 대한 얘기는 항상 나온다. 그것이 여자 연예인 얘기일 수도 있고, 주위에 같이 아는 여자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으며, 본인들이 만나고 있는 여자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이야기는 사실 연애를 하지 못하는 얘기가 아닐는지...
이처럼 남자들의 모임에서 이성에 대한 대화는 항상 나오는데, 그중에 미혼이고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있고 그중에 썸을 타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 대한 대화가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본인들끼리 서로 감 놓고, 배 놓기를 반복하면서 조언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남자들의 대화에서 예상외로 자주 나오는 조언은 '밀어붙여,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어'라는 말이다. 사실 이 얘기를 들으면 그 자리에서 반박을 하고 싶어 지는데, 일단 그 말이 틀린 이유를 논리적으로 반박하자면 그 말은 '어떤 나무'를 '어떤 도끼'로 찍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과 같은 곳에 있는 거대한, 사람 10명이 손을 잡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큰 나무를 손도끼로 찍는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손도끼로 그 나무를 찍어서 넘어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또 만약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얇은 덩굴 같은 나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나무를 백날 손도끼로 찍어봤자 그 나무가 갈기갈기 찢길지는 몰라도 제대로 '넘어'가겠는가?
아마존에 있는 그러한 거대한 나무를 찍으려면 전기톱이나 기계를 갖고 와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네에 있는 작은 덩굴을 상대하려면 도끼보다 집에 있는 가위를 가져오는 게 낫다. 이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다가가야지 본인의 방식대로 계속 밀어붙인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이 본인을 향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한 사람에게 지고지순하게 지속적으로 마음을 표시하면 언젠가는 그런 순수한 마음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하기 전에 본인이 표현하는 방법과 평상시에 그 사람 눈에 본인이 어떻게 비췄을 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만약 그 방법이 상대에게 맞지 않는다면 그렇게 지속적으로 마음을 표시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부담만 쌓는 작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남자들은 무리를 하면서까지 누군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어떤 이는 화이트 데이 때 남자가 직접 사탕 꾸러미를 만든 것에 더 감동을 느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백화점에서 사 오는 초콜릿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서 억지로 고민하고 노력 과잉상태에 처하기보다 본인이 가장 편하고 표현하는 방식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방식이 상대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관계에 희망이 조금 덜 보이게 된다면 일단은 상대에게도 시간을 조금 두고, 본인이 상대에게 한 행동이 자신이 상대에게 맞출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은 본인 마음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본인 다운 것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후자라면 상대를 포기하고 전자라면 상대의 마음에 가해졌을 부담감이 조금은 해결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상대와 '편하게'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 된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하나 내가 괜찮다는 것을 상대가 느끼면 그 관계는 다시 회복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새롭게 보게 될 수도 있다. 상대에 대해서 내 마음이 떠날 수도 있고, 상대가 나에 대해서 호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너무 상대에게 집착하거나, 반드시 상대와 연애를 하겠다고 생각하지는 말고 서로에게 시간을 조금 주자. 많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해지기도 하니까.
연애에서 핵심은 연인관계에 골인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두 사람이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한 관계가 공식화되었는지 여부는 그다음의 문제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내 방식대로 열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 나무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 > 연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어떤 사람과 해야 하나? I (0) | 2020.02.24 |
---|---|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법? (0) | 2020.02.22 |
헤어진 연인과의 재결합에 대하여 (0) | 2020.02.21 |
'리드하는 남자가 좋다'는 말의 의미 (0) | 2020.02.20 |
연애, 책으로 배우지 말자 (0) | 2020.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