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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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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안함과 못함에 대하여 내가 사는 패턴을 보며 지인들은 난 결혼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자주 말한다. 항상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연애나 결혼 자체가 실제로는 내 우선순위에서 그리 높게 있지 않은 듯하다면서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선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그래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봐주는 것은 최소한 가정을 꾸리지 못할 만큼 이상하거나 매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니까. 그나마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서라도 그렇게 보이면 다행히 아닐까. 하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난 결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 난 만으로 서른이 되기 전에는 결혼을 하는 것의 의미와 그 변화가 가져올 나비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서른에는 가정..
결혼 못하는 사람들 연애가 급하지 않은 사람들 20대 중반에 동아리에서 파트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연습이 끝나고 있었던 술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친한 후배 셋이서 진지하게 난상토의를 벌이고 있었다. 그 주제는 내가 왜 연애를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 그 결론이 궁금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의 결론은 내가 연애가 급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순간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난 정말 연애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아주 가끔씩 그 시점을 돌아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난 사실 연애가 우선순위에서 그렇게 높은 곳에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그중에 연애가 포함되어 있었을 뿐,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안에서 만약 진지하게 우선순위를 꼽았다..
비혼 멍하니 앉아있다. 제목을 쓰고 모니터를 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남의 일이라고 항상 생각했던 두 글자가 하얀 모니터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보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사실 비혼이라는 것을 선택하지는 말자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두 글자를 보고 있노라니 내 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안'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못'하는 것일까? 두 글자를 멍하니 보면서 내 통장 잔고를 떠올려보니 나 역시 비혼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가슴이 시리도록 파고들었다. 그리고 아팠다. 때로는 상황에 떠밀려서, 때로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아 헤매고 헤매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 끝에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