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기 전에는 항상 잠시 멈춰서, 제 삶이 정말 그렇게 힘든 것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나보다 세상에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멀리 아프리카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도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힘들다고 해도 되나...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상황 자체가 힘들다고는 못하겠지만, 내 마음만큼은 굉장히 힘들었다고는 말한다. 그건 객관적인 사실이니까.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그렇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도 하나님께서는 내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내 눈을 가리우셨다. 내가 정말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더 힘들고 버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내 눈을 가려주셨더라. 하나님께서 우리가 감당할 시험만 허락하신다는 건 그런 의미도 갖지 않을까?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그렇게 우리 눈을 가려주실 때는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가 가는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그게 우리 힘으로 가는 건 아니고 하나님게서 우리 눈을 가려서 옆에 있는 지뢰와 장애물들을 보지 못하게 하시고 우리를 받쳐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나님이 붙잡아주신 덕분에 버텼음을 9월 내내 깨닫고 있다. 주위에선 내게 이런저런 얘기, 걱정했던 것들이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괜찮은 줄 알았던게 사실 그렇지만은 않았단 것을 9월에 일어난 여러 일들로 인해 깨닫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내가 내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신 것은, 내가 이젠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란 것일테니까. 그리고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내 눈을 가리고 내 삶을 지탱해주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를 생각하면...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남들은 신비주의다. 미신적이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일주일 넘게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나면 안정되고 평안이 찾아온다. 놀랍게도 올해 거의 그래왔다.
하나님께서 날 놓지 않으시는, 포기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된다. 그리고 감사하다. 오늘도 그 날이었다. 꽤나 오랫동안 말씀을 못 읽다가 주일날 오랜만에 읽었고, 오늘도 다시 조금 그렇게 오길래 읽고 묵상하고 기도한. 그래서 은혜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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