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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기도응답에 대하여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구했고 하나님께서 그걸 주셨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한국교회에서는 그런 사례들을 갖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구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게 맞는 것일까?

그 기도응답, 정말 하나님께서 해주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수도 있다. 우린 그걸 분명하게 분별하지 못한다. 물론, 최소한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 대상이 된 현상이 일어나거나 물건을 갖게 방치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그걸 적극적으로, 우리가 기도했기 때문에 주셨는지는 아무도 분명히 알지 못한다.

그렇게 믿고 하나님께 감사할 수는 있다. 거기까지는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입 밖에 내고 간증하듯이, 또는 간증하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구하는 것은 대부분이 세상적으로 좋은 것, 본인이 정말 원했던 것인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결국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 정말 좋다'는 것과 '나는 이렇게 했더니 이렇게 주셨다'고 자랑하는 마음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맥락과 상황이 중요하다. 그런 종류의 말을 누구에게, 어떤 시점에 하느냐에 따라 그런 얘기들은 위로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건 결국 본인의 기도에 대한 자기과시와 하나님께서는 착한 사람에게 물질적으로, 세상적으로도 좋은 것만 주신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전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물질적으로, 세상적으로 좋은 것을 주실 수도 있고 그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님의 시선에서는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쁜게 있진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세상적으로 좋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면 음란한 여인과 가정을 꾸리게 하신 호세아의 삶은 저주 받은 삶이란 말인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감사는, 기도응답은 가급적이면 나와 하나님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 좋다. 금식할 때는 얼굴에 기름을 발라서 티를 내지 않게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기도응답이나 내게 어떤 것이 일어난 것은 의도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잠잠하고 담담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

아니, 그냥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사에 입 밖으로 하나님, 하나님 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아무리 기도해도 들어주시지 않고 침묵하시는 것 같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설치는' 것이 하나님이 본인은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고, 상처를 받게 되거나 하나님 같은 거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내가 뭔가 잘되었을 때, 세상적으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하나님이 해주셨다고 입 밖에 소리내어 적극적으로 말할 때, 내 자랑을 하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나?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짧게 '은혜지'라거나 '하나님께서 주신 것 같아'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거 떠벌리고 다니고 자기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믿음 자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그건 사실 하나님 자랑이 아니라 본인 자랑이다.

우리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우리 안에 어떤 마음이 작용하는지를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고 항상 하나님 앞에 나가야 한다. 그리고 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며, 내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를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그게, 진짜 기독교인의 모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