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게 이상형을 물어본 사람이 몇 있었다. 몇 년전부터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보다 상대가 나를 괜찮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해 주고도 만나보겠다고 하면 일단 만나보겠다고 한다. 내가 판단하지 않고, 하나님께 맡기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방법이다.
이번에 이상형을 물어본 게 조금 독특했던 것은 얘기하다 보니 내가 신앙고백을 하고 있더라. 사실 몇 년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긴 하다.
누군가 내게 나의 가장 큰 장점, 자랑할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정말 진심으로, 거룩한 척 하려는 것도 겸손한 척 하려는 것도 아니고 딱 한 가지, 나이치고는 하나님 안에서 정말 오랫동안, 치열하고 고민하고 기도해서 내 나이대의 다른 사람보다 (성경적 지식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하나님을 잘 아는 편이라고 말하겠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오만방자하다고 생각했다. 지가 뭔데 하나님을 그렇게 잘 안다고... 라고 생각했고, 자신을 닮으라는 바울의 신앙고백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었다.
그런데... 정말, 진심이다. 지금까지 나보다 성경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이 봤고, 말씀 암송은 난 잘 못하니 대부분 사람들이 나보다 많이 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누구보다 하나님을 많이 의심했고, 하나님께 많이 징징댔고, 다른 사람들보다 워낙 생각도 많이 했다 보니 하나님과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생각을 최소한 내 나이대의 사람들 대부분보다는 많이 했단 것이다. 아직까지 나보다 잡다한 생각이 많은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 내 생각의 6할 이상, 아니 어쩌면 7할 이상은 기독교와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것이니까.
내가 자랑할 건, 진심으로 그것 하나 뿐이다. 그리고 만약 내 나이대의 누군가와 만났을 때 나보다 하나님 안에서 더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느껴지고, 성경지식이 아니라 하나님을 나보다 더 잘 알고 경험했다고 느껴지면... 엄청난 질투가 날 듯하다.
어떤 이들은 그래도 서울대 법대 박사 아니냐, 드라마제작에도 참여하지 않았냐, 브런치도 구독자가 6천명 한참 넘지 않냐, 프리랜서로 3년 넘게 먹고 살고 있지 않냐고 말할지 모른다. SKT도 다니지 않았냐고 할지도 모르고, 변호사시험 5번과 지도를 전혀 받지 못한 박사학위논문 심사 4학기를 버틴 것도 엄청난 것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내 자랑이 되지 못한다. 그건 정말 내가 오롯이 내 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정말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세상적으로 자랑할만한 나의 모든 것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오롯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안다. 그것들을 가지게 된 과정에서 내 힘과 노력이 차지한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을 내가 너무 잘 알기에 그것을 자랑할 수 없다.
내 자신을 바울과 비교하는 게 말도 안되고 웃기지만, 오직 자랑할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없다고 하는 고백이 몇 년 전서부터야 마음을 후벼파고 마음에 와 닿는다. 유대인 중의 유대인, 완벽한 스펙이었던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그도 자신이 가진,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고 우러러 보는 것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고백했을 것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자랑할 것은 나의 30대를 오롯이 하나님 앞에서 울부짖고 몸부림치며 알게 된 하나님 밖에 없다. 지금도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심겨진 대못이 꽤나 자주 나를 아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이 기쁘고 감사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보다 큰 선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자랑할 것은 오직 하나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 없다. 이젠 하나님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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