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소개팅을 좋아하진 않는다. 2-3시간 정도의 그 어색함은 상상만 해도 싫을 정도니까. 그래서 사실 내게 소개팅은 정말 누군가는 만나야겠단 생각이 일정 수준 이상 들어야 하게 되는 영역에 속해 있다. 3주 전에 들어온 소개팅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소개팅을 꺼려하는 사람들은 보통 그런 어색함과 더불어서 두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점을 싫어한다. 더 알아가기 위해 만나야 하고, 두 사람의 관계에는 오직 [연인이 될 것인가?]의 문제만 있는 듯한 그 관계는 일면 이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사람에게 연락을 하거나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단순히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서 만나는 것이 좋은 나는 그래서 소개팅을 좋아했던 적은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사실 그래서 내 나이 정도의 싱글들은 누구나 몇 번은 해봤을 짓(?)을 나 역시 몇 번, 아니 꽤나 자주 해봤다. 내 휴대폰 안에 있는 연락처를 침대에 누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연락처 목록을 보면서야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말이다.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단 것
일단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그건 아마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만날 기회가 있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교회나 성당 모임에서 소규모 모임에서 같이 얘기를 나누거나, 같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것이 그러한 만남이 이뤄지는 장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에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1) 두 사람이 처음에는 이성으로 호감을 갖지 않았고, (2) 두 사람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서로에 대해서 이성으로써의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그렇게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기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상호 간에 말이다.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 그러한 모임 안에서도 보통은 한쪽이 먼저 호감이 생기고, 그 사람이 [인위적인 연락]과 [인위적인 만남]을 추진하면서야 비로소 상대도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연인관계는 또 그런 인위적인 노력이 상대에 대한 호감을 발생시켜서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연스러움'은 별로 없다.
그런데 관계가 가까운 모임일수록 그러한 인위적인 시도(?)는 어렵다. 이는 그러한 이성적인 호감이 한쪽에서만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시도가 그 모임을 깨지게 만들던지 둘 중 한 사람이 모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동호회 중 생각보다 많은 동호회에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일정 비율로 존재하지 않나? 그런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사실은 인위적이지 않을까?
자연스러운 자리는 줄어든다
물론 그 안에서의 인위성(?)은 소개팅만큼 심하지는 않다. 그런데 문제는 학부에서 수업을 듣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경우, 또는 동방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모임]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동호회 모임들도 사실은 정밀 열심히 나오는 몇 명이 있을 뿐,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없는 경우가 많지 않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보통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일하느라 피곤하고, 그나마 토요일 오전에 늘어져 있다고 토요일 오후나 저녁과 일요일 오후 정도에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게 현실이다. 그보다 시간이 많은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시간이 적은 사람들도 엄청 많다.
사내커플이 아니라면 그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리고 회사생활을 해보면, 엄청 젊은 회사가 아닌 이상 한 팀에 보통 본인 또래는 많아야 2-3명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또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는 와중에 기존에 알던 사람에게 연락해서 뭔가를 발전시켜보려고 시도하는 것은 사실... 두 사람이 기존에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사실 외에는 소개팅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나?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과 모임에서 만나서 서로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거나, 친구의 친구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가 말이다. 나 역시 그렇게 누군가를 만난 적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만나지는 관계가 '자연스러운'가? 소개팅을 통해서 연인이 되는 경우에도 사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 어느 정도의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연 그렇게 만나는 것이 조금 어색함이 덜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소개팅과 그렇게 다른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순간서부터 들더라.
이렇듯 우리가 '자연스럽게 만난다'라고 하는 만남도 그렇게 자연스럽기만 하지는 않다. 그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인위적인 면은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 남녀관계다. 그리고 사실 소개팅으로 시작하는 연인과 우리가 자연스럽게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연인들 모두 자신들을 연인관계로 묶는 그 순간에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적인 호감에 이끌려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연애는 감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단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가 동아리나 동호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호구조사까지 하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앱에서 만나는 경우에는 앱에 따라서 사실관계가 일부 확인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개팅은 주선자가 상대의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만남 아닌가?
소개팅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물론 소개팅을 통해서 누군가와 연인이 된다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말 친한 지인이 오랜 고민 끝에 소개해주는 경우에는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부터 대화가 잘 통하고 감정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리고 각자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이 견고해질수록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소개팅을 하는 것은 그 수많은 '맞지 않는', 그리고 '이성적 호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닌 서로 대화가 잘 통하고 이성적인 호감도 느껴지는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 소개팅 자리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할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그 리스크가 피곤하다면 소개팅을 하지 않으면 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싶단 마음이 그 리스크를 넘어선다면 소개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사실 소개팅과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만남'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임 등에서 알게 된 사람이라고 해서 고백을 한다고 다 연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때로는 거절을 당한 후에 또다시 '인위적인 노력'을 함으로써 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소개팅은 다 어색하다'라고 인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건 아마 '연인이 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을 소개팅에서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개팅으로 연인이 되는 사람들은 보통 2-3번 정도 만나고 나면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사실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될 때도 누가가 이성으로 보이는 건 한 순간이 아닌가?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소개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인지하는 소개팅의 인위성은 과대평가된 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모든 것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연인이라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위에 올라와 있다면, 소개팅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 선호하는 만남의 방법 중에는 우선순위 중 아래에 있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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