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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상대의 조건을 보는 것에 대하여

소개팅이나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자주 오가는 피드백은 아마도 '조건'을 그만 따지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많이 오가는 핀잔은 눈이 너무 높거나 까다롭다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얘기를 가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들었고 그렇지 않다고 극구 부인했던 적도 있지만 사실 이젠 그냥 뻔뻔스럽게 얘기한다. '그래 내가 좀 까다로워'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반박한다. '너는 네가 만나는 사람이 까탈스럽고 깐깐한 사람이어서 너를 고르고 골랐으면 좋겠느냐? 아니면 그냥 눈이 낮아서 원래 그냥 대충 잘 만나는 사람이면 좋겠느냐?'고 말이다. 난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자신을 특별하게 여겼으면 좋겠고, 그래서 난 그냥 깐깐하다고 말하겠단 것이다. 

내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내가 까다롭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변명하는 게 피곤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굳이 양보되지 않는 것까지 양보되는 척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만나봤자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기에. 연애를 해서 행복한 것이 목적이지 연애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연애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데 내가 그렇게 얘기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정한 조건을 따지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며, 특정한 조건을 중요시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의 (혹은 여자가 남자의) 학벌을 엄청나게 본다고 해보자. 여자의 학벌을 의식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일까? 물론 때로는 여자의 학벌을 절대시 하며 2세는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라면 그건 조금 많이 문제가 있는 듯하다. 연애는, 결혼은 번식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두 사람의 행복이 우선되어야 하기에. 그리고 부모가 불행하면 그 자녀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 삶은 불행해질 수도 있기에.

하지만 똑같이 상대의 학벌을 의식하더라도 그것이 두 사람의 '관계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그건 오히려 이해가 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내가 아는 동생은 본인이 어느 정도 이상의 학교를 졸업했지만 상대의 학력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처음 들어봤던 학교를 나온 사람과 연애를 한 이후로 남자의 학력을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 연애에서 남자가 학력을 계속 의식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모습을 본 이후로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학력을 의식하는 것은 오히려 이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자존감이 충분히 강해서 학력이 문제가 되지 않을 형도 소개받지 않으려 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조금 답답함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학력이 아닌 다른 스펙이나 조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본인이 정말 어느 정도 이상의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는 것이 편한 사람이라면 상대의 경제적인 상태를 의식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 있을까? (물론 경제적인 조건을 따지는 것이 상대의 경제적인 상태에 매료된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경제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닌 것은 사실이다.) 상대의 스펙을 의식하는 것이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그러하는 것이라면 그건 개인의 특성으로 인정해주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주객이 전도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주객이 전도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가 소개팅이나 연인, 배우자의 조건을 따지는데 있어서 우리가 왜 그 조건을 따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단순히 상대의 '스펙'을 따지기 위함이라면 그건 행복한 연애를 위한 결정은 아닐 수도 있다. 상대의 스펙이 행복한 관계를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겉으로 보이기에 똑같이 스펙을 따지는 것 같아도 그 이유가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면 우리가 그것까지도 비판하고 판단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까다로워짐으로 인해 공백기가 길어지고, 연애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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