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연애란 뭘까?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후배가 연애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를 겪고, 다시 솔로부대로의 귀환을 알리는 연락을 해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연애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는데, 뭔가 복학생이었던 내게 꼬꼬마로만 보였던 후배가 어느새 30대에 들어서 있었다는 게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확 와 닿았다. 그렇구나, 그만큼 얘도 나도 나이가 먹어버렸구나...

사실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를 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연애가, 사랑이 쉬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내 경험과 주위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이가 들수록 연애는 어려워진다. 그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풀이 줄어드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어렸을 때는 감정에 충실해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었다면,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감정이 연애의 전부가 아닌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연애라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누구와 할지가 점점 어렵게 다가오게 되는 듯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를 때, 어렸을 때 그냥 결혼해야 한단 말을 어른들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혼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 말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도, 결혼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들로 인해서.

연애란 구분이 존재할까?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그 후배의 한숨 때문이었지만 돌아보면 사실 나는 어떤 사람과 만나는 것이 그 사람과 나를 위해 모두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 고민을 계속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말고.^^ 그런데 연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중에 떠오른 첫 번째 질문은 과연 '연애'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연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위한 출발점은 그런 관계라는 것이 다른 관계와 구분되어서 이미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가상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구분을 많이 하지 않는가? 학문 융합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사실 그건 구분이 없던 것들을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관념적으로 다 나눠놓고 그걸 다시 원상 복구하는 것에 불과하듯, 어쩌면 연애라는 것은 그저 여러 가지 관계 중 한 가지일 뿐인데 우리가 그것을 인위적으로 다른 관계와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개념 혹은 관념에 불과한지도 모른단 것이다.

물론 연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뿐 아니라 사실은 연애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결혼, 그리고 결혼을 통해 형성되는 가정이라는 틀이 인간이 살아가는 기초적이고 기본이 되는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분명 연애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결혼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사실 남자의 경우 남자들 간의 관계에서는 공감, 수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며 여자의 경우에도 여사친들 간의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연애가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동성끼리 만날 때의 대화, 분위기, 느낌이 이성들과 만났을 때와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지 않은가? 그걸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애라는 것이 다른 모든 관계보다 더 중요하거나 우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연애'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100m 달리기를 하듯이 '자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라고 선언을 하면서 시작되는 것도 사실은 자연스럽지 않다. 두 사람이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의 인생에 스며들면서,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 충족되거나 경험하지 못하는 관계성을 느끼면서 연애가 시작되고 연인이 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연애라는 관계를 인위적으로 구분한 느낌이 분명히 있다.

연애를 망치는 것.

사실 위에서 여자들의 경우 여사친들 간이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남자인 나로서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현대사회에서는 여자들은 사실 남자들에게 충족받는 게 많지 않지 않나? 그래서 정말 혼자 사는 게 개인을 위해서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그래도 남자들의 단순함이 잘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해주기도 했지만, 연애가 목적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는 내가 봐도 남자들에게서 그런 든든함은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기에...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그렇게 된 것일까? 그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니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사는 세상이 스킨십, 욕구, 욕망 등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목적지향적인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생에서 '목적'으로 삼을 것보다는 '과정'으로 경험하는 게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여자들보다 감성적인 면이 덜 하고, 단순한 면이 있는 남자들이 과도하게 목적지향적이 되면서 많은 것들이 왜곡되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다. 이는 비단 남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가 목적을 강조하게 되면서, 여자들에게 있어서도 연애나 결혼을 통해 추구하는 목적이 생기게 된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간을 보고 재보는 것도 결국 서로를 목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결국 '관계'라는 연애의 본질을 망치는 것은 목적지향적인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연애를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 목적에도 이성적인 목적이 생기다 보니 상대가 부당하거나 불편한 요구를 해도 그 목적을 유지하거나 달성하기 위해 그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상처를 받거나, 상대방이나 상대의 성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연애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

생각해보자. 우리가 친구들과, 가족과, 친척과 관계를 형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분명한 목적이 있는가? 그 관계가 '목적지향적'인가? 우리는 보통 무엇인가를 위해 친구를 만나거나 이용할 때, 자신의 처지가 곤란할 때만 가족을 찾을 때 사람들을 비판하지 않는가? 그것은 관계에 있어서 핵심은 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교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연애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래서 연애에 있어서도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리고 다른 관계에서 내가 감당하지 못할 불편함은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듯 이는 연인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마다 연애가, 연인이 필요한 이유는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연애에는 서로 공감하고, 자신의 삶과 생각, 감정들을 공감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과정'이 없는 '관계'는 엄연히 말해서 연애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이는 연애를 하는 연인이라기보다는 한쪽이 다른 사람이, 때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에 의해서 만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연애는 그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사람과 하는 것이지, 연애를 하기 위해서 상대나 나를 맞추는 작업이어서는 안 된다. 혹자는 그렇다면 연애를 하기 위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다. 소개팅을 할 때 잘생기거나 이쁘고, 착하면서, 성격, 집안까지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추려고 발버둥을 쳐도 맞춰지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반면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왜인지는 모르지만 편하고, 속을 터놓고 얘기하게 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게 왜 그런지는 누구도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화학작용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큰 틀에서 어딘가에 있을 그런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은 하는 해야겠지만, 특정 대상을 놓고 내가 상대에게 과도하게 맞추려 하거나, 상대를 나에게 맞추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걸 억지로, 에너지를 쏟아가면서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두 사람 사이에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러한 '노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