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까지 책으로 학습하려는 시대
한국만큼 공부를 강조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공부를 너무 강조하기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지 하기 전에 먼저 책을 펴고, 관련된 책을 다 읽어보고 종합하고 나서 시작하려는 경향이 생긴듯하다. 사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연애가 어려워 뭔가 조금 더 '익히기' 위해서 이 포스팅을 눌렀는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연애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이미 그런 기술에 대한 글들은 시중에도, 인터넷에도 많이 나와 있기에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책으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의 한계가 너무나도 분명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수영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수영을 엄청나게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웨이트 트레이닝의 원리를 설명하는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몸짱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수영을 하려면 물에 들어가야 하고, 몸짱이 되려면 아령을 들고 엄격하게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연애는 직접 부딪혀 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책으로 연애를 배우고, 익히려는 것이 위험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들이 그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연애에 대한 책들은 다른 가능성보다 확률이 조금 더 높은 것을 모범답안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답이라고 제시되는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확률은 생각보다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고, 확률에도 예외라는 것이 있는데 연애에는 이러한 예외로 작용할 변수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내가 아는 여자 동생 A는 소개팅을 할 때 남자와 식당에서 처음 얼굴을 보는 것을 선호하지 어딘가에서 만나서 같이 걸어가거나, 남자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싫어했다. 이 친구는 항상 그랬었다. 적어도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친구의 남편은 첫 만남에서 A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차를 몰고 와서 본인은 내리지도 않은 상태로 창문을 열고 '타세요'라고 했었는데 그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처럼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괜찮기도 하고, 괜찮다고 했던 것이 싫어지기도 한다. 연애라는 것은 이처럼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상대가 누구인지, 그 날의 기분이 어땠는지, 날씨가 어떤지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면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깨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으로 연애를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애를 시도하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연애를 책으로 익히려는 시도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연애라는 것이 오죽 어려우면 그렇겠는가? 하지만 멋진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이상 운동과 식이요법을 동원해야 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일정기간 자제하며 자격증 시험 준비가 필요하듯, 연애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꼭 연애에 골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그 과정에서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그러한 경험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한걸음,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언젠가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내가 책으로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책으로 연애를 배우고자 한다는 것은 마음이 아닌 머리로 연애를 시작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나는 연애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가 내 마음을 느끼고 알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줄 알 때야 비로소 그 사람의 연애에 진짜 사랑이 들어오기 시작하기에, 나는 조금 돌아가는 길이 되더라도 연애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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