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잘 맞는 것으로 보였던 친구와 헤어진 이후 그 친구와 내가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둘을 소개해 준 사람이 물었다. 둘이 헤어진 지 시간이 꽤나 지났고, 그 친구의 말은 이미 들은 후였는데도 내게 그 질문을 한 것을 보면 그 친구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냥 인연이 아니지 않았겠냐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모든 헤어짐은 그랬다. 분명한 이유도 없었고, 이유라고 댈만한 계기는 보통 말도 안 되게 사소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헤어졌다는 것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보통 그 계기에 대해서 들은 사람들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헤어질 수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내 주위 사람들만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남의 이별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반응을 꽤나 자주 보였던 것 같다. 나 또한 말 같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헤어진 적이 많으면서 말이다. 아니, 대부분의 헤어짐이 그랬으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연예인들은 이별의 이유를 모두 '성격차이'라고 두리뭉실하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직업이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나는 것일 뿐이지 그들이라고 우리와 다를게 뭐 있겠나. 연예인들의 연애도 똑같은 사람의 연애일 테니, 그네들의 헤어짐의 이유도 우리들의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그런데 문득, 오늘 어느 후배의 이별 소식을 듣고, 그 이유를 들은 이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것은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서 쌓여온, 우리가 의식의 세계에서는 잊어버렸지만 우리 안에 쌓여온 부정적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헤어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그렇게 쌓여오던 무의식 세계의 감정과 경험들이 어떠한 계기가 뇌관이 되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헤어짐의 원인은 항상 성격차이이고, 두 사람이 그렇게 헤어지게 되는 것은 그저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헤어진 이후에 도대체 왜 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어처구니 없어하기도 하고, 열심히 이유를 만들어냈다가도 뭔가 말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고는 하지 않은가? 어떤 사람들은 인연, 운명이라는 표현이 너무 인생을 수동적으로 살게 만든다고 생가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것은 정말로 그저 인연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논리적이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헤어짐이 그래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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