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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연애, 밀당은 하지 말자

밀당: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로써 연애에서 남녀 간에 일종의 힘겨루기 하는 것을 의미하는 은어

밀당이 필수라는 분들께 올리는 말씀

밀고 당기기란 상대방에게 연락하는 기간을 조정함으로써 상대가 본인 생각을 하도록 하며, 상대가 연락이 와도 받지 않거나, 메시지나 문자가 오면 일정 시간 동안 답을 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상대방을 불안하게 하거나 안달 나게 해서 자신에게 '넘어오도록'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밀당은 연애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 방법들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먹힐'수도 있고 연애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사용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밀당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밀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밀당은 상대에 따라서 하는 것이 연애의 시작을 위해 효과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효과적인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 타이밍을 다르게 맞춰서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이 사람에 '맞춤형'으로 밀당을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이를 아무나 함부로 이를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밀당이 단순한 것은 아니다 보니 현실에서는 사실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밀어내고 있는데 밀당을 한다고 착각하고 혼자 밀당을 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밀당을 한다고 착각한 본인은 상대방이 전혀 당긴 적이 없다는 것을 모를 때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음 썸에서도 그렇게 혼자 밀당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도 밀당을 하고 있다는 확신과 함께.

밀당을 잘못하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

당은 인위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효율성과 효과를 떠나서 내가 개인적으로 밀당에 반대하는 것은 밀당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나도 인위적이기 때문이다. 연락을 하고 싶은데 억지로 억누르고 하지 않고, 언제쯤 연락하면 좋을지 시간을 재고 있는 것이 인위적이지 않으면 무엇이 인위적이겠는가? 이와 같이 인위적으로 밀당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이 인위적으로 밀당을 시작하게 되면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을 알아가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연애 자체에 골인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거나,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밀당의 원조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연락하고 싶은 대로 연락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무조건 밀고 들어가라는 것은 아니다. 밀당과 유사해 보이는 과정은 분명히 남녀관계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밀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게 상호 간의 마음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하는 현상일 뿐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상대에게 호감이 있지만, 상대가 아직 내게는 호감이 없을 때, 상대방을 배려해서 부담이 될 정도의 연락은 피하는 행위는 겉으로 봤을 때 밀당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실질은 밀당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일종일 것이다.

이와 같은 배려와 밀당은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밀당을 할 때와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상대방의 성격, 상대방 주위에 있는 사람들 등 여러 가지를 관찰하고, 그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그 혹은 그녀를 위하는 것일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연적으로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기간을 밀당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는 시간으로 보내면 그 기간은 그 자체로 상대와 나를 알아가는 기간이 되고 두 사람 간의 추억이 쌓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밀당을 하는 것은 '연애에 골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결론만을 남긴다. 그래서 전자는 궁극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추억과 나름의 경험을 남기지만, 후자는 실패냐 성공이냐라는 결과만을 남긴다는 점에서 썸을 타는 기간에 밀당을 하는 것과 배려를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연애하면서 밀당은 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애에 골인하기 위해서만 밀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도 밀당을 하는데, 이는 긴장감과 신비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물론 연애를 하면서 밀당을 하는 것이 그런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연애하기 전의 밀당과 마찬가지로 한계가 분명하다.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밀당을 잘못하면 이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서 다툼의 원인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패턴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상대가 본인을 믿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연애 중 밀당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누구도 미는 시점과 당기는 시점이 완전히 일관적일 수가 없는데(또는 아주 매우 힘든데), 그와 같이 일관적이지 않은 모습이 장기화되면 이는 상대방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상대가 본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갖도록 하거나, 본인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대하여 밀당 주의자(?)들은 '그런 티가 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라고 항변하기도 하는데, 장담하건대 연애에서 밀당을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어느 순간부터는 본인만 그런 밀당이 티가 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차피 밀당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고 말이다.

물론 본인이 연애에 엄청난 고수이고, 장기 연애에 생각이 없이 일단 지금 당장의 감정적인 상태를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밀당은 효과적이고 추천할 만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목적이 그러하지 않고 연애를 하면서 의지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찾아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연애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밀당은 하지 말자. 제발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