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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연애 기술에 대한 생각

연애 '기술'의 허구

'혹시나...' 하고 유튜브에 가서 검색을 해봤더니 여전히 '픽업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연애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한동안 꽤나 화제가 되었던 호칭이었다. '픽업 아티스트.' 길을 가다가 이성을 '픽업'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그걸 예술이라고 표현하면서 '픽업 아티스트'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들이 연애 강의를 유튜브와 오프라인에서 제공하고는 했었다. 그들이 하는 말들이 궁금해서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본 적이 있었고, 몇 개를 건너뛰면서 보고 나서 아무 의미 없는 얘기들이라는 생각에 그 이후로는 관심을 껐던 기억이 있다.

그 이야기들이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 곧 그 내용이 다 틀린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지금도 유튜브, 브런치나 블로그에서 이런 상황은 이렇고, 저런 상황은 이렇고,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얘기들은 분명 대부분 일정 부분은 일리가 있는 얘기들이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며, 그러한 파편적이고 기술적인 것들이 당장 '연애'라는 틀에 들어가고 단기적으로 욕구, 욕망 등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그런 '기술'들이 두 사람 간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들은 아니라는데 그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어느 정도는 서로 의지하고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원래 아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람 대 사람으로 알아가는 시간을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이상의 소개팅, 연애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기간 동안에는 당장 상대와 연애라는 틀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 행동들을 감수할 능력은 보통 갖고 있기에, 그런 의식적인 무엇인가를 넘어서 그 '사람'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서로를 지켜보고 대화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이 의미가 없는 이유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연애의 '기술'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은 한 성향에 대해서 평균이 5라고 했을 때 5인 사람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연인이라는 관계 속에서는 두 사람의 여러 가지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한 성향에 대해서 그런 '기술'이 맞아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다른 성향에서는 평균적이지 않은 성향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고, 그런 것들이 결합해서 작용하게 되면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생겨날 구멍은 더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당장은 상대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이성이 좋아할 만한 향수를 쓰고,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맞춰서 먹을 수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도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상대에게 맞지 않는 무엇인가가 크게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연애는 이론도, 기계도 아닌 현실이기 때문에 그런 기술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 예들은 수도 없이 많은데, 단적인 예로 나는 데이트 후에 반드시 집에 데려다줘야 하는 사람도 만나봤지만 그걸 굉장히 불편해하는 사람도 만나봤고, 본인이 오히려 나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봤다. 난 명품 선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봤지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나가는 선물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만나봤고, 명품은 필요 없지만 소소한 선물을 자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만나봤다. 어떤 사람들은 만나서 쉬지 않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상대의 일상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만나봤지만, 난 상대와 카페에 나란히 앉아서 서로 보고 싶은 책을 보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문득 상대를 봤을 때 상대가 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연애를 특별히 많이 한 편에 속하지 않는 내가 만난 사람들이 두 세가지 측면에서만 해도 이렇게 다양하다면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기호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겠나?

이러한 예시들은 끝도 없이 들 수 있다. 데이트하는 방식, 입는 옷, 쇼핑 방식, 교통수단, 데이트하는 빈도, 음식 등에 있어서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선호하는 패턴이 다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날씨, 기분, 일 등에 따라서 매일, 아니 순간순간마다 계속 바뀔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연애는 철저히 상대와 나에 대해서 맞춤형이어야 하는 것이지 특정한 상황은 특정하게 대응해야 하는 공식이 존재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내가 가장 굉장히 짧게 경험한 연애로 치지 않는 연애의 경우 교사였던 상대는 본인이 퇴근하고 나면 내 하루가 어땠는지, 뭐를 먹었는지,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으면서 심지어 내가 읽씹을 해도 그 위에 또 다른 질문을 1시간에 1-2개씩은 던지는 사람이었다. 난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 관계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게 본인의 사랑방식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난 너무 달랐을 뿐이다.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그렇다고 해서 그런 '기술'들의 유용성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 기술들을 적절히 이해하는 것은 관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소개팅이 들어오던 시절에 나는 소개팅에 나가면 거의 기계적으로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대화를 하고 헤어진 이후에 꼭 잘 되지는 못해도 최소한 주선자에게 욕을 먹지는 않았었다. 그건 어느 정도 이상 나이가 되면 서로 간에 지켜야 할 기본은 보통 있기 마련이고, 연애 초기 또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런 기본 정도는 서로 지켜주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후에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관계에서 그런 기본과 공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단 것은 분명하다. 

만약 통상적으로 언급되는 기술적인 면들 중에서 계속 지켜야 할, 그리고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 아닌 기술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난 '상대를 관찰하는 능력'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상대방을 관찰한다는 것은 상대의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상대를 대하기 전에 한걸음 물러나서 그 사람의 배경, 일정 등을 인지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기술은 사실 소개팅에서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서로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연애를 할 때까지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인데, 예를 들면 소개팅에서 첫 만남의 대화는 상대방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가장 좋다. 상대방의 전공, 회사, 오늘 입은 옷, 고른 식당, 주선자 등을 주제로 대화를 풀면 사실 2-3시간 동안 대화를 할 주제가 모자랄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그 대화를 즐거워하는지, 피하고 싶어 하는지를 살펴보면서 상대방이 대화하기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면 첫 소개팅에서 욕을 먹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상대가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를 찾지 못했을 수는 있고, 그럴 때 돌아오는 표현이 보통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저랑은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정도의 대답이다. 

기술이라면 기술인 이런 노력은 연인 간에도 유효한데, 이 역시 예로 설명하자면 연애 초기에는 상대방의 대화 스타일을 파악함으로써 그 사람이 A라고 표현을 해도 B를 의미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A라고 말을 하면 A를 의미하는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소에 상대가 즐겨 입는 옷, 액세서리, 좋아하는 물건 등을 파악하는 건 사실 데이트를 몇 번 하면서 상대가 어떻게 하고 나왔는 지를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지만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연애를 한 지가 일정 기간 이상 지나서 서로에 대한 이런 패턴이 이미 습득(?)된 경우에도 그런 노력은 조금 더 디테일한 차원에서 필요한데 그건 상대와 의사소통을 하기 전에 하루가 어땠는지, 기분이 어떤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걸음 물러나는데서 시작된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고유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기분에 따라 조금씩 패턴이 바뀌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했을 때 이 내용은 뭔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설명이 몇 문장 안에 압축되어서 들어있기 때문이고 현실에서 저런 노력을 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운동할 때 특정 근육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그 운동을 하는 게 힘들지만 근육이 자리를 잡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이 쉬워지듯이, 그런 노력을 하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면서 그에 익숙해지면 상대에 대해서 그렇게 관찰하고 맞춰주는 것도 쉬워진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면 사람들이 연애는 해 볼 만큼 해 본 사람이 좋고, 나이가 더 들고 나면 연애를 안 해본 사람보다는 한 번 갔다 온 사람이 낫다는 말을 사람들이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상대를 그렇게 대하는 게 과연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기술은 사실 연인뿐 아니라 다른 관계들에서도 필요하고 유용하지 않나? 그리고 그 기술이라는 것의 핵심은 결국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건 어쩌면 사랑이 '내가 나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최대한 가까운 수준으로 상대방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상대를 진정 사랑한다면 자연스럽게 나올 행동 패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을까?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며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사랑을, 연애를 어려워하면서 기술적인 것을 계속 찾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은 모든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답이 없다는 면에서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사랑과 연애에서 기대하는 패턴은 비슷하기 때문에 사랑을 '잘'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힘들어진다. 운동을 자주 하면 할수록 그 운동을 하는 것이 덜 힘들듯이 말이다. 물론 아무리 운동을 하는데 몸이 익숙해져 있어도 운동을 하고 나면 힘이 들듯이 연애도, 사랑도 영원히 완전히 쉬워지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한 게 함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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