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독 혹은 개독/대형교회들에 대하여

이태원 확진자와 한국교회

이태원에서, 특히 게이클럽에서 나온 것을 보고 '야 정말 하나님은 어떻게 신천지에 이번엔 동성애자들 다니는 클럽에 딱딱 집어서 드러내신다지? 야 정말'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우려했던, 예상했던 반응이다.

하나님이 하신 일일까? 적극적으로 하셨다고 쉽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타게팅이 명확하게 난 느낌이다. 홍대 클럽에도 사람이 몰렸고, 내가 촬영하면서 보니 을지로에서도 사람들이 득실거렸는데... 함부로 판단하거나 단언하지 않겠다. 하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하나님께서 드러내신 것이라고 치자.

하나님은 왜 그러셨을까? 그들을 벌하고 정죄하기 위해서? 진짜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나? 구약시대에 하나님은 어떤 경우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벌하셨나? 성경에는 예시로 행위들이 나와 있다. 동성애도 있고, 우상숭배도 있고.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벌하신 것은 단순히 그러한 현상과 행위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이 만연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회, 그들의 문화가 스스로 치유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하나님은 판을 갈아엎으시는 용도로 그들에게 벌을 내리셨다.

하나님께서 신천지와 동성애자들'만' 타깃으로 삼아 벌하셨나? 신천지와 동성애자가 아닌 피해자는 없나? 하나님이 그들의 행위로 인해 그들을 벌하려 하셨다면 그들 사이에서만 질병이 유행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께서 그들을 수면 위로 올리신 것이라면, 왜 그러셨을까? 그냥 그들을 벌하시려고? 하나님이 그렇게 1차원적이도 단면적인 분이신가?

하나님께서 그 일을 하셨다고 믿는다면 그건 그들을 벌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타락했고 성경적 가치에서 멀어져 있는지를 스스로 하나님을 믿는다는 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을 경고하기 위해서. 너희가 똑바로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똑바로 살지 못하니까 세상이 이렇게 가고 있다고.

기독교는, 개신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어 밝히고 부패한 곳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일을 얼마나 못하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이토록 타락한 것인가?

동성애는 공식적으로 정신병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무엇이 동성애적인 성향을 유발하는 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난 그건 밝혀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뭔가 어렸을 때 환경의 영향은 있었을텐데 그게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그걸 딱 집어내는건 불가능할 것이다.

동성애를 그렇게 비판만 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만나본 적이라도 있을까? 그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임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그러한 경향성을 부인하고 그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고통스럽게 긴 시간을 보냈는지를 알면 너무나도 쉽게 '치유될 수 있는거야'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아주 매우 어렸을 때 몸에 심겨진 무엇인가를 극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다. 하물며 칭찬하는 습관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말 한 마디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그런데 이유도 모르는 동성애에 대한 특정한 감성이 생기는 것을 무조건 극복하라고?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아파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세리와 창기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당장 그런 일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그 시대에 아무도 보여주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며 그들과 함께 하셨고, 그 결과 그들 중에 변한 자들이 일부 있었다.

지금의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세리와 창기의 취급을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며, 예수님의 시대로 따지면 세리와 창기들이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하고 그들을 죄인 취급하며 자신들과 구분지으려 한다. 이게 어디 예수님의 제자인가? 바리세인과 사두개인의 후예들이지...

하나님이 그들을 드러내셨다면 그건 우리에게 그들을 품고 사랑해서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우리는 그들에게 바뀌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그들이 창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야 한다. 그들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처벌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행위 때문에 누군가를 핀포인트해서 처벌한 적은 없다. 그건 그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경고고 돌이키라는 싸인이었다. 한국교회는 지금이야 말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품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모 교회는 공지로 예배는 드리지 않아도 헌금은 이체하라고 했다지. 이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면, 그건 그만큼 우리가 자정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교회를 다닌다는 우리부터.

우리가 제대로 서면, 우리만 잘 서면 세상은 바뀐다.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일하실테니까. 우리가, 교회 다니는 한 사람이 바로 사는게 우선이다. 함부로 손가락질하고 판단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