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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대형교회들에 대하여

명성교회 합병결의에 대하여

2017년 3월 18일 글. 

 

그 교회를 다녔던 것이 부끄럽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명성교회 바로 앞에 있는 주공 9단지에 살았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은 명성교회에 다녔다. 내가 그 교회를 다녔던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명성교회 주변이 지금처럼 '명성 타운'이 되어있지는 않았다. 그때도 일요일에는 길이 꽉꽉 막혔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명성교회를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새벽기도에 어머니랑 나가서 그렇게 단상 위에 올라가고 싶어 했었다. 그리고 김삼환 목사와 악수를 하면 마치 하나님이랑 악수라도 한 것인냥, 내 모든 게 잘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어쩌면 그분이 변하기 시작한 건 새벽기도에 그런 문화가 생기면서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에 대한 우월감이 생기며 변해가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교회 합병이 웬 말인가?

김삼환 목사의 아들에게 명성교회를 물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말이 많았다. 그때가 한국 교회들의 세습에 대해서 여러 말이 나오던 시기였고, 그래서 그 아들은 형식적으로는 교회를 개척해서 나갔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미 사람들은 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물려주려고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더니 마침내 교회를 합병한다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교회 합병이라. 가슴이 갑갑해 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 대고 김삼환 목사는 명성교회에 오면 어느 교회보다 고생하는 것이라고 했다니 이 무슨 말인가. 명성교회가 상가 2층에서 힘겹게 유지되는 교회라면 그의 말을 이해하겠다. 한국에서도 규모로는 최소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교회에 본인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을 하면서, 지금 있는 교회와 합병이라니 이 또한 처음 듣는 말이다. 교단의 소위 '세습 금지법'을 그렇게 우회적으로...

교회 세습의 문제에 대하여

구약시대에는 제사를 드리는 지파가 있었고, 제사장 집안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시대의 문화가 그랬을 따름이다. 사실 엄연히 말하면 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그 자체만으로는 문제 될 게 없다. 만약에 엄청나게 가난하고 교인 수도 얼마 되지 않는 교회를 아들이나 딸에게 물려준다면 그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런 경우야 말로 소위 말하는 십자가를 물려주는 것이고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맥락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형교회의 세습은 그런 교회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그 아들이나 딸이 담임목사를 하는 것을 대부분 교인이 원하고 정말로 다른 적임자가 없다면 물론 그 아들이 담임목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말이 나올 결정은 교회에서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사람들은 세습을 시키려는 부모나 교회 의사결정 회의만 비판하지만 사실 그걸 물려받으려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본인이 정말 지혜롭다면,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이, 예수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고 욕먹는 것이 싫다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아버지께서 물려주시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것이 건강한 목회자일 것이다.

3월 19일인 내일, 합병 (세상에 교회 합병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인가.) 여부를 명성교회에서 일단 결정을 한다고 한다. 또다시 기독교가, 예수님의 이름이 짓밟히는 날이 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