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이뤄진다. 그 안에 나온 하나님에 대해서, 그 내용의 진위에 대해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문학적 성격을 갖는 것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그런 비판들이 모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런 비판들은 굉장히 깊은 고민과 치밀한 논리로 이뤄지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힘든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비판들에 반박하려는 의견이라고 고작 제시되는 것들은 '하나님의 말씀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하나님은 틀리지 않으신다' 식의 맹목적인 주장들이라는 게 개인적으로는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난 그런 비판들 이전에 [성경에 대한 해석과 비판은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인간이다. 그런 비판들은 대부분이 인간이 생각하는 상식, 인간이 생각하는 답에 맞춰서, 그것들을 기준으로 하나님에 대해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비판들 자체가 사실은 모순적이다. 하나님은 그런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인데 어떻게 인간의 상식과 생각과 기준으로 성경을 분석하고 파고든단 말인가?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두 시선은 결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이 만든 프레임으로 신을 바라보면 신은 이해될 수 없는게 당연하다. 5살 짜리 어린 아이의 기준으로 어른들의 의사결정이 이해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성경을 2-3년 전부터 나름, 예전보다는 꾸준히 읽으면서 놀라는 지점은 그 안에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인문학, 그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심리학적인 부분들이 이미 수 천년 전에 담겨있단 것이다. 20세기야 들어서 인간은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입증해 낸 인간의 본성을 성경은 이미 수 천년 전에, 그런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이들이 자신들도 모르고 쓴 문헌들에 담겨 있다. 그리고 사실 내가 개신교 신자로 남고, 성경을 믿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들도 그 때문이었다.
그 후에 나는 시선을 돌려서 현실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에 대해서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는 [개인의 자유와 모든 인간의 평등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헌법에서 세부전공으로 통일법을 전공하다 보니 난 박사과정에서는 헌법 수업들을 들었는데... 근대국가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가치로 여겨지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평등함]의 시작은 종교개혁이고, 그 내용은 성경에 담겨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공동체에 대한 개념들 역시 마찬가지.
세상은 악하지만, 그 안에 악함은 있지만 세상은 성경에서 말하고, 강조하고 있는 가치들이 확장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단 것을 역사를 들여다 보며 깨달았다. 이 세상이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이냐고?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오늘날 당연시 여겨지는 많은 것들이 30-40년 전만 해도 예외로 여겨졌거나 수 백년 전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렸던 것들이 이를 보여준다. 세상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가치들을 중심에 두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우리 세대에는 그 변화가 완성되지 못하겠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여러지점들에서 보인다. 이건 거의 책으로 한땀한땀 얘기해야 하는거니 패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인문학, 특히 심리학과 사회학의 관점으로 보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는 시대와 사람에 맞게 일하신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신이 있고 성경과 예수님이 진짜가 아니라면 과연 기독교가 이렇게 널리 퍼지는 것을 그냥 뒀을까? 란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기독교'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개신교 신자들은 천주교를 다른 종교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또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없는 면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난 두 종교를 때때로 하나의 틀로 묶기도 한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런데 예수님이 가짜라면 과연 성경만 말하고 있는 인간관이 현실에서 입증되고, 성경이 이렇게 널리 퍼지게 놔뒀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글에는 디테일들이 표현되지 못하지만... 최대한 짧게 요약을 하면... 이게 내가 개신교 신자로 남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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