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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성경과 과학, 성경의 오류에 대하여

난 창조론과 진화론이 대립되는 구도가 유치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두 가지 모두 사실 [믿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하면 진화론자들은 화를 내겠지만, 프레임을 조금 바꿔서 생물학적인 특징들이 아닌 인간의 심리, 감정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어떻게, 왜 생겼는지를 물어보면... 진화론자들도 결국에는 그렇게 진화되었다는 믿음과 확신 외에 어떤 증거도 제시할 수 없고, 그 영역은 절대로 입증될 수 없는 영역이다.
성경에 나오는 창조론을 과학적인 것이라고 우기려는 사람들은 더 한심하다. 우리가 생가하는 1년, 2년, 24시간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대에 쓰여진 창세기에서 어떻게 과학적인 얘기가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 글을 쓴 사람들의 지식수준, 그 글들이 전해져 오는 과정들을 생각하면 그게 과학적인 내용일 수가 없다.
그걸 과학적이라고 우기려면... 하나님이 쓰게 하셨기 때문에 그런 지식이 없는 자들도 과학적으로도 맞는 얘기를 썼다고 할 수도 있는데... 창조가 빛과 어둠에서 시작되었다고 쓰여져 있는 것은 이미 과학을 몰랐던 사람들이 쓴 것치고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고, 그렇다고 해서 문학적인 성격도 갖는 창세기가 과학책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성경에 나온 기간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시간과 개념이 다를 수도 있고, 그게 꼭 몇 년 안에 국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 안에서도 생명체들이 일정부분은 생물학적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 원숭이가 인간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듯이 진화론적 시각을 받아들이는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전면적으로 대립되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가서 성경무오설에 대해서... 그렇게 믿는 믿음도 나는 존중한다. 그런데, 성경에 오류가 없어야만 성경이 사실인가? 일단 성경을 읽어보면 그 안의 내용들이 누군가가 의도에 의해서 픽션으로 만들어내기에는 디테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안에 있는 족보와 지역 이름들로 비춰봤을 때 큰 틀에서 성경에 있는 사건들은 분명히 일어났고, 그게 기록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오류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인간이 쓴 기록들이고, 기록하는 방법이 발달되어있지 않았던 시기에 쓰여진 글들이다. 그리고 심지어 구약에 있는 문서들의 경우 원본 시대에 가까운 사본들도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필사를 하고,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들은 그대로 전해지지 않은 게 많단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 오류도 없다고? 그 주장은 신학자들이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만 봐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오류들이 성경에 기록된 사실들이 실제로 일어났단 것을 부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전쟁터에 엄청나게 많은 적군이 있는 것을 보고 혹자는 5만명, 혹자는 100만명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적군이 많았다는 게 사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성경을 그렇게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보면서까지 오류가 전혀 없다고 하는 건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기독교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텍스트에 그렇게까지 미시적이고, 해석적으로 접근하는 건 매우, 극히 최근에서야 이뤄진 접근법이고, 고문헌에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을 어떻게 인도하고, 때로는 채찍질하시며 준비하셨는지에 대한 기록을 구약에 담고 있고, 신약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이후 제자들의 행적을 통해 예수님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성경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만 신뢰할 수 있으면 디테일들은 큰 문제될 것이 없다. 더 중요한 건 하나님께서 그 과정을 어떻게, 왜 일어나게 하셨는지다.
그렇다면 쟁점의 핵심은 결국 성경에 쓰여진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여부에 대한 것인데...성경의 문헌들이 쓰여졌던 시대의 기록방식을 고려했을 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기록한 문헌들이 이렇게 많이 쓰여지고 그 사본들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졌을 수가 없다. 족보까지, 이름들을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기록한 기록들이 픽션일 가능성은 0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성경은 하나의 기록을 쭉 이어 쓴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쓴 문헌들을 회의를 통해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모아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 간에 있는 내용들 중 디테일들이 일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매체가 엄청나게 발달한 오늘날에도 같은 현상에 대한 시각이 엄청나게 다른데, 수 천년 전에 같은 사건을 다른 위치에서 본 사람들의 느낌과 시선이 다른 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기록들이 이처럼 사실이라면, 예수님은 미친 사람이든지 본인이 말한대로 신이 보낸 인간의 롤모델일 수밖에 없다. 그 중간에 성인 같은 건 될 수 없단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 하나님이 보낸 아들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정말 그렇던지 미친 사람일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예수님께서 살아내신 삶은 인문학적으로 봤을 때, 인간의 특징을 놓고 봤을 때 너무 이상적이고 우리 삶에 던지는 시사점이 많다. 그리고 어떤 미친 사람이 스스로 아무 죄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단 말인가? 그리고 당시 문화에 비춰봤을 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게 당시 사람들에게 던지는 함의들 역시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은 본인이 말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을 만든 신은 예수님을 우리의 모델로 보내서 그 발자취를 따라가길 바란다고 믿는다.
사실 개신교 신자라는 건 결국 신이 그렇게 했다고 믿고, 따르면서 그 길을 가는 사람들 아닌가? 다른 종교나 과학과 싸울 필요가 없다. 그렇게 믿고 살면서 삶으로 증명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