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 프리랜서에게 주말은 없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란 자유롭게 쉴 수 있음과 동시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안에는 주말에도 일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사실 프리랜서에겐 '주말'이라는 구분이 따로 없다.
내 지난 주말만 봐도 그렇다. 나는 계약된 연구과제를 하기 위해 연구대상이 되는 분 6분을 인터뷰해야 했고, 함께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님께서 리서치를 요청해 오셔서 그와 관련된 리서치를 하고 주위에 전화를 돌렸으며, 프리랜서인 그 작가님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다음 대본을 일요일 저녁에 카톡방에 올리셨다. 내게 다음 대본을 위한 리서치를 부탁하시면서. 프리랜서들끼리 주말에 일하고 주말에 일 시키는 시츄에이숀.
이처럼 프리랜서들끼리 주말에 일을 하면서 일을 주고받는 건 드문 경험이 절대로 아니다. 더군다나 안정을 위해서 겸업을 허용받고 프리랜서 생활과 회사에서의 생활을 병행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주말은 없다. 이는 평일에 회사 일을 하느라고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주말에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행하는 연구과제에 대한 인터뷰만 해도 그렇다. 내가 얼마 전과 같이 완전한 프리랜서라면 평일 낮에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안정되기 위해 프리와 회사일을 병행하는 지금의 난 그 인터뷰를 주말에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삶의 대가는 아주 가볍지만은 않다. 난 회사에 적을 두면서도 프리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대표가 생각하던 연봉에서 스스로 연봉을 깎았고, 이런 삶을 결정한 순간 난 출근 전과 퇴근 후에 프리랜서로 주어진 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쉬는 시간 없이 작업을 할 각오를 했었다. 물론, 그러기 전에도 주말 중 하루는 공유사무실에 나가서 해야 하는 일들을 했지만, 지금 내 삶은 그때보다 빡빡할 수밖에 없다.
프리랜서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혹자는 평일에 느슨하게 지내다가 마감을 코 앞에 두고 주말에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니 들어온 일은 모두 받았다가 일이 넘쳐서 주말에도 작업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평일엔 회의를 하고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느라 처리하지 못했던 일들을 주말에 처리하느라 주말마다 일을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결과물을 조금이라도 더 잘해서 보내기 위해 주말까지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들은 생각보다 많다.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은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내가 아는 프리랜서들 중에는 주말에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말여행? 프리랜서들도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때도 대부분 프리랜서들의 짐에는 노트북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휴대폰 메일함을 수시로 확인하겠지. '주말'에 대한 기억이 지난 주말에 조금 더 흐려졌다. 8월의 주말들도 일로 차 있음도 물론이다. 아하하하.
주말이 없음에도 월요병이 있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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