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프로여야 한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어느 정도 이상의 숙련도 또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단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돈이 상대의 주머니 혹은 통장에서 내 통장으로 옮겨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치'라 함은 그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이 본인의 힘으로 하는 것보다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 필연적으로 어디에선가 언젠가는 자신이 먹고사는데 필요한 능력 또는 기술을 갈고닦는다. 어떤 이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어떤 이들은 학원에서, 또 다른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계를 해결하는 능력 또는 기술을 익힌다. 그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 능력 중 상당 부분은 사실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통해서 습득된다. 이는 회사에 다니는 것은 회사의 구성원으로 자본주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체득하게 되는 능력과 기술들이 시장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수준으로 갈고닦아 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 일을 처리하는 능력 또는 기술을 익혔는지, 그리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결과물을 낸다. 그리고 그러한 다름은 때때로 프리랜서들 간의 협업이 필요한 일에서 적지 않은 충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는 허허실실 하더라도, 뒤에 가서는 서로의 다름이 틀림이라고 여길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들이 그것을 눈 앞에다 대고 틀림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그 일을 완결시키고 싶기 때문일테다. 이처럼 프리랜서는 업에 필요한 능력에 더해서 관계를 잘 형성하고, 심한 경우에는 사람들 간의 정치를 능수능란하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 요구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상상만 해도 피곤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렇게 프리랜서들끼리 같이 일을 할 때 프리랜서들이 프로임을 느낀다. 이는 그 사람들이 그렇게 부딪히는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 방법과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자신의 것만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프리랜서는 자신이 속한 업종에서 절대로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다름 혹은 개성은 조율 과정에서 잘 맞춰지면 조합에 따라서는 전에 없었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엇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능력'을 넘어서 어느 정도 이상의 처세술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이어야 한다. 이는 그래야 자신이 브랜드가 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먼저 찾을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리랜서들은 그럴 때야 비로소 조금은 '갑'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때도 기본적으로는 '을'적인 지위를 갖지만
물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그렇게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주어지는 일들은 닥치는 대로 해야 생계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계속 그 수준에 머물면 그 사람의 수입도 그 수준에 머무를 뿐 아니라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계속 시장에 유입되기 때문에 그 사람은 점점 도태되어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만의 장기와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도 거기에 안주할 수가 없다. 이는 그 장점을 갖고 있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본인이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들이 계속 노력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밀려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의 삶을 지속하는 것을 버거워하는 건 프리랜서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프로'로 살아간단 것은 그런 것이다.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갖추고 계속 진화 발전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살다 보면, 그게 그렇게 간단하고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타고난 재능만으로 살아남기엔 우리 사회는 경쟁이 엄청나게 심하다. 일정 수준의 재능은 프리랜서로 살기 위한 필요조건일뿐,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고 그때마다 느껴지는 좌절감을 견뎌내는 건 꽤나 버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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