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연애를 했고, 그만큼의 이별을 했으며,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 꽤나 오랫동안 연애를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를 상태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난 세월 동안은 안 한 것이지만, 지난 몇 주간은 못하고 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기간이라고 해서 연애 생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쓸 상황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의 성격이 그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버틸 뿐이다.
그렇게 버티는 기간 동안에는 아무래도 가끔씩, 이따금씩 예전의 연애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추잡스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SNS에서 특정 인물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한때 나와 친구였지만 이제는 나와 친구가 끊어진, 내가 볼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상대도 나의 것을 볼 수 없는 그런 계정을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고, 그 사람의 사진을 보고 나서 떠오르는 만남의 순간들과 헤어진 이유는 역설적으로 내가 꽤나 오랫동안 그 사람의 이름을 잊고 지낼 수 있게 해주곤 했다. 우리가 함께 했다면 더 불행했을 것이고, 이제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있는 그 사람들은 지금의 그 남자를 만난 것이 더 행복할 것이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 내가 내린 결정들을 크게 후회하는 편이 아니고, 후회를 했다가도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어차피 언젠가는 내렸을 결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쿨하게 넘겨지는 편이기에 과거의 연애에,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미련을 갖는 편은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난 주말에도 대체 왜 그만둔 거냐는 얘기를 들었던 나의 아직까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직 직장에 대해서도 그런 것처럼 말이다.
연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 된 몇 주 동안 종종, 아니 꽤나 자주 어떤 사람이 나와 어울릴지를 상상하고는 했다. 사실 감정적으로 외롭다기보다는 이제는 누군가와 인생을 같이 걸어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기에 내가 꿈꾸는 가정의 분위기, 일상, 주말 등을 생각해보면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때 외로움에 휩쓸려서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과거지향적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끝에 항상 떠오르는 한 번의 과거의 연애, 그리고 딱 한 사람이 항상 있다. 다른 연애와 이별들에 대해서는 초연하지만 항상 그 끝에 떠오르는 그 한 사람 생각이 나면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든다. 사실 최근에 만난 사람도 아니지만, 아니 최근에 만난 사람이 아니기에 당시에 내가 너무 어렸고 이기적이어서 놓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헛웃음을 짓고 만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니까. 그런데 단순히 그렇게 치부해버리고 보내기에는 그 친구와 나 사이에 오갔던 대화와 둘이 공유했던 경험들이, 어딘가에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그 기억들을 그렇게 보내버릴 수가 없게 만든다.
그래서 이별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단순히 나와 몇 가지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 갈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고 같이 손을 잡고 인생길을 갈 수 없을 정도라면 헤어지는 게, 그것도 빨리 헤어지는 게 맞겠지만, 그때 그 사람을 놓아버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수도 있기에 연애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이별도 신중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를 하고, 그 실수를 되돌이키려 해도 그 사람과는 다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그 사이에 만들어졌을 수도 있기에.
결국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그때가 아니라, 조금만 더 늦게 만났어도 평생을 함께 걸어갔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이 평생 남남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 타이밍이며 모든 관계가 그렇듯 연애에도, 결혼에도 결국 모든 것은 타이밍이며 그 타이밍이 어긋났다면, 두 사람은 그저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과거의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니까. 더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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