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서의 노력
'너 나를 사랑하는 거 맞니? 그런데 왜 그렇게 밖에 노력을 안 해?'
굉장히 이기적으로 들리고, 드라마에서 들을 법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연인과 다툼의 과정에서 사실 이 정도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 사실 이런 것을 의미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누구나 저 한 줄을 읽었을 때 반사적으로 했을 생각이지만 사실 연인 간의 관계에서 '나를 위해 왜 이렇게 노력하지 않느냐'는 말은 폭력적이다. 사실 제삼자가 듣기에 저 말은 갑질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에... 물론 그건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다. 오히려 상대가 정말 너무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말 한마디로 누군가를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저 말에서 의미하는 노력은 연인 간의 관계에서 해서는 안 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연인 간의 관계에서 상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려는 노력은 필연적으로 그 노력을 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관계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라 한 사람이 상대를 소유하는 관계로 만들어 버리기에 그러한 방법으로 형성되어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비단 뭔가를 해줘야 하는 것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연인 간의 스킨십에서도 사실 이 얘기는 그대로 적용이 된다. 상대가 불편하다는데 특정한 스킨십을 하자고 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는 듯이 말하는 것 또한 사실 연애에서는 이뤄져서는 안 되는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연애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는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연애에도 당연히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그런 노력은 두 사람 간의 차이 사이 중간 즈음 지점에서 서로 타협을 해야 할 성질의 것이지,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절대로. 연인이라는 관계는 평등해야지 일방이 상대에게 종속되어서는 안 된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연인 간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희생이, 그런 방법의 노력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노력을 계속하게 되면 상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 본인이 지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지치는 연애는 절대로 지속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두 사람이 만나서 1+1=3이 되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것이지 1+1=1로, 그것도 그 1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랑과 희생은 동의어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맞춰줄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선까지 맞춰주고,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또 중요하다. 사랑이 어려운 것은 상대방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내가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다고 힘들어하거나 미안하지 말자. 그게 가능한 사람은 누구도 없다. 지금 이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노력만 하고, 그 이상 무리하지는 말자. 상대방이 지금 그걸 못 알아준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고, 세상 어딘가에는 그 노력을 고맙게 여겨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노력
그런데 사실 연애와 관련해서 더 핵심적인 노력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이는 우리가 보통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기에...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런 노력은 우리 자신이 했던 결정, 다른 사람들에게 보였던 반응, 내가 특정한 감정들을 느꼈던 순간들을 돌이켜 보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 자신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교과서는 나와 정말 친한 주변 지인 들일 것이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도 없지만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연애와 관련된 중요한 두 번째 노력은... 자신이 충분히 사랑해 줄 수 있고,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노력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이 노력이 정말 힘들어지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이 점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나 역시 그렇게 지치고, 귀찮고, 짜증이 나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인연은 그냥 굴러들어 오지 않는다. 또 자신이 맞춰줄 수 있고, 상대도 과도한 노력 없이 나에게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모래알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으며 확률이 낮은 게임이다. 그래서 사람을 찾기 위한, 만나기 위한 노력은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듯하다. 그런 사람은 절대로 그냥 굴러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운명처럼 만나는 사람들이 물론 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동화 속 이야기처럼 운명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연애를 하고 싶다면 지금 이 글과 내 브런치를 읽고 있을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만날 루트를 생각하고 고민하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내가 그럴 말할 자격이 있단 것이 아니다. 사실 나도 이런 글을 쓸 시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들이는게 맞을 것이기 때문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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