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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결혼

연애, 결혼과 사계절

 

그런 말을 정말로 많이 들었었다. '사계절은 같이 보내봐야지'라면서 연애기간은 1년이 적절하다는 얘기를 말이다. 1년 정도 말하고, 그다음에 결혼을 같이 준비해서 연애한 지 1년 반에서 2년 사이에 결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요지였다. 이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이 '연애를 길게 할수록 더 잘 알아가고 좋은 것 아니냐?'고 반론을 할 때면 '연애 1년 하고 나면 서로 새롭게 알아가게 되는 것 별로 없다. 1년 정도 만났다고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같이 만났으면 서로 안 맞는 것은 아니니 결혼해도 큰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였다.

개인적으로는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로를 안 지 2-3달이 지난 사람들보다는 1년 정도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알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개인적으로는 연애를 오래 할수록 서로의 관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어 관계가 시들해지고, 그로 인해서 헤어지는 경우들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머리 속에는 물음표가 하나 가득 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10년 가까이 연애를 하고 나서 결혼을 해서도 행복하게 살고, 어떤 사람들은 얼굴을 본 지 2-3개월 만에 결혼하고도 행복하게 사는 경우들이 있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물론 10년 가까이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도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2-3개월 만에 결혼하고 나서 2-3개월 만에 이혼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1년을 꼭 만나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사실 두 사람이 어느 정도 기간을 만난 후에 결혼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두 사람의 성향에 달려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꼭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새로운 게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그저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일상을 같이 하는 게 소중하고 행복한 잔잔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몇 년을 만나도 그 관계가 안정적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어느 정도 이상 알고,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은 몇 번 만나지 않고도 서로가 잘 맞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연애기간이 짧은 경우, 두 사람이 서로 잘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상대를 조심스럽게 대한다면 이는 오히려 연애기간이 짧은 것이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그런 것도 다 아니고 호르몬 작용에 이끌려서 결혼을 했는데 우연히도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면서 평생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연애를 어느 정도 한 이후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부부는 두 사람이 친구로 6년을 지내다 연애를 시작하기로 한 날부터 결혼 날짜를 잡는 작업을 시작해서 공식적으로 연인이 된 지 3개월 내에 결혼을 해서도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고, 10년을 넘게 친구로 지내다 1년이 조금 넘게 연애한 이후 결혼하고 나서 이혼을 한 부부도 있다. 또 얼굴을 처음본지 3달 만에 결혼해서 10년 가까이 거의 싸우지도 않고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6년 넘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3년 정도 같이 살다 이혼한 경우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내가 나를 얼마나 아는가?',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누구도 '이쯤 되었으면 결혼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요를 해서는 안된단 것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상당한 수준의 신뢰가 형성되어서,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헌신하겠다는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결정해야 할 성격의 것이지 어느 일방이 강요할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당신을 사랑하지만 결혼까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사람에게 그만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상대방에게 결혼을 독촉할 것이 아니라 상대가 당신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맞지 않을까? 만면에 결혼이라는 것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기에 그 약속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해서 머리로 고민을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에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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