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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결혼

결혼과 독립

나이가 들면 독립해야 한다

나이가 일정 수준 이상 들면 독립을 해야만 한다. 아무리 부모-자식 관계라고 할지라도 다른 환경, 시대, 주변 사람을 갖고 있는 이상 부모-자식 관계라고 할지라도 서로 가치관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서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날 수밖에 업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문화, 혹은 보수적인 유교문화를 왜곡되게 받아들인 가부장적 문화가 자리를 잡아서 아이들이 아무리 성장해도 본인 밑에 두려는 경향들이 있어서 그러한 갈등은 자녀의 나이가 들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최소한 30대 중반 정도 되는 내 또래들에게는 분명 해당사항이 있는 얘기다. 

나이가 들면 독립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들은 더 성숙해지시는 게 아니라 더 어린아이가 되어가시기 때문이다. 부모님들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하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부모님은 본인이 젊은 시절에 형성한 가치관을 갖고 사회와 자녀들을 평가한다. 그게 나쁘다고 비난하거나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어가기 마련인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체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젊었을 때 정말 치열하게 계속 '왜?'라는 질문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고민하는 습관이 든 극히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구나 그렇게 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들은 연세가 드실수록 신경 쓸 일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서 관심은 온통 자녀들과 본인들의 프레임 속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향하게 되어있기에 자녀가 나이가 들수록 부모-자식 관계에서는 갈등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자식은 따로 사는 게, 자녀가 독립하는 게 맞다.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

사실 그래서 20대 후반에 대학원을 간 이후로 거의 대부분 시간을 혼자 살았다. 하숙집 6개월, 기숙사 1년 반, 자취 1년, 친구와 동거 6개월, 자취 2년. 중간중간에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그때마다 주기적으로 큰 갈등이 항상 일어났다. 그나마 떨어져서 살 때는 자주 보면 1주일에 1회, 집에 길게 안 갔을 때는 6개월까지도 자취방에서만 지낸 적이 있는데, 그럴 때는 자주 보지 않다 보니 서로 배려를 하게 되어서 만날 때 크게 부딪히는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내가 다시 부모님 댁으로 들어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혼자서 오래 살고, 대학원에서 논문 작업도 거의 혼자 하면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으면서 지내다 보니 우울증이 찾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금전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그 부분이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혼자 밥 먹고, 머리 식힐 때는 혼자 운동하고, 논문 보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작업을 하면서 하루에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니 점점 우울증이 심화되어서 집안에 있을 때 불안증세가 나타날 때도 있더라. 그런데 혼자 사는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취방에 돌아오면 비슷한 증세를 어느 정도는 다들 겪는 듯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관계를 통해서 힘을 받기도 한다. 정말 사람을 극단적으로 만나지 않고 살 때는 사람을 만나면 내 몸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도는 게 느껴졌던 것을 보면, 사람은 사람을 어느 정도는 접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사람만 그런가? 강아지들도 영상들에서 보면 혼자 집에 있는 동안 극도로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닌가?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사실 가정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는 만났을 때 긍정적인 호르몬이 작용할 정도의 관계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물리적으로 멀고, 다들 바빠서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을 만나기는 어려워지고, 만난다 하더라도 각자 처한 상황이 너무 달라서 대화에서 서로 공감하는 요소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런데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관계는 대부분 업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쉽게 열지 않으려고 하기에 그 관계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사람들은 결혼해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지만 혼자 사는 것 또한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혼자 살겠다고 선언한 사람들 중에 실제로 끝까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행복지수는 어떤지를 뇌파와 호르몬 등으로 조사해보는 전문가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결혼과 독립

부모님에게서 가장 바람직하게 독립하는 것은 역시나 본인의 가정을 꾸려서 독립하는 것일테다.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혼을 했다는 것이 곧 독립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어도 두 사람이 서로의 부모님 말을 듣고, 눈치를 보고, 그 관계에 구속되어 있다면 그건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상태가 아니다. 독립을 했다는 것은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부모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결정은 하지 않지만 두 사람이 자신들이 상의해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고부간에 발생하는 갈등과 명절에 발생하는 가정 문제들은 대부분 형식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모님께 여전히 종속되어 있는 가정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결혼을 할 때 부모님께 얼마나 지원을 받았는지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런 지원을 받더라도 우리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때 양가 부모님께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 지원을 해주시지만 그에 구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셔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렇게 말을 하는데 대놓고 '내가 줬으면 준대로 내 말을 들어야지'라고 하시는 부모님은 거의 없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시더라도 말이다. 이는 사람들은 누구나 머리로는 무엇이 가장 옳은지는 다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립은 적정한 나이가 되면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적정한 나이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남녀 모두 늦어도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인 듯하다. 사실 여자분들은 어머니와 친구처럼, 아버지에게는 살가운 딸로 지내면서 더 늦게까지 같이 살아도 무난하게 지내는 경우들이 있는 듯한데 남자들은 조금 다르다. 정말 마마보이가 아닌 이상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보통 아버지와 부딪히고, 어머니와 갈등이 발생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고 나서도 결혼하고 나면 마치 본인이 엄청난 효자였던 것처럼 아내와의 관계에서 [본인 집안일]을 더 챙기게 된다는데 있다. 

공동체를 이뤄서 사는 것도 아닌 이 시대에 결혼하고 나서 [본인 집안일]은 본인과 배우자가 꾸린 가정의 일이지 본인 부모님이 꾸린 가정의 일이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80까지 산다고 할 때 앞으로 부모님과 더 오래 살겠나? 배우자와 오래 살겠나? 그리고 결혼한 후에 부모님을 더 자주 보나? 배우자를 자주 보나? 이에 대한 생각만 해도, 가정에서 본인을 위해서 누구에게 더 잘하는게 좋을지에 대한 답은 분명히 나온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나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부모님께 대들고 부모님을 비판하던 이들이 결혼만 하면 왜들 그렇게 효자, 효녀가 되는지는 아직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돌아보면 결혼하고 나서 좀 싸우고 완벽하게 맞지 않았더라도 30대 초반에 진지하게 만났던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면 어떨까 싶을 때가 굉장히 많다. 너무 많은 것을 알기 전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살았겠지만 그 과정에서의 갈등이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게 되는 갈등보다 더 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기에. 그리고 누구와 가정을 꾸리던지 간에 어차피 모든 게 완벽한 부부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