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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결혼

동거, 살아보고 결혼한다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인 생각?

최근 들어 동거에 대해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결혼을 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동반하니, 같이 살아보고 서로가 일상에서 어떤지를 알아보고 결혼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는 일면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다. 시험을 보기 전에 모의고사를 보듯이, 결혼하기 전에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 같이 살아보면 어떻겠냐는...

그런데 과연 그럴까? 평생을 함께 살 사람을 찾는 과정과 시험을 보는 것이 같을 수 있을까? 두 가지가 동일선상에 놓일만한 것일까?

동거에 반대하진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거 자체에 반대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사실 법적으로 구속받고, 상호 간에 의무도 지면서 부부로서 세금에서도 혜택을 받는 것 외에는 동거와 결혼이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그리고 지금과 같이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었다면 동거와 결혼이 큰 차이가 있었을까? 

나는 오히려 남자들도 같이 자취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동거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가정을 꾸린 이들에게 부여되는 혜택(?) 중 가능한 부분은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거를 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동거를 하는게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동거를 하고 있는 커플들도 있으며 그들이 좋아 보이고 부러울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거하는 이유에 대하여

내가 반대를 하는 것은, 동거 자체가 아니라 '한 번 살아보고 결혼할지 여부를 결정하자'는 동거의 이유다. 사람들은 한 번 살아보면 그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될지 여부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 부모님들만 보더라도 20-30년을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던 모습들을 새롭게 발견하고는 하지 않는가? 결혼해도 될 상대일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동거기간은 그렇다면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얼마나 같이 살면 결혼해도 되는 사람인지를 확신할 수 있을까?

만약 서로에게 솔직한 커플이라면 동거를 한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하여 새로이 알아가게 되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신혼부부도 1-2년 동안은 긴장감을 갖고 이미지 관리를 어느 정도 하면서 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도 신혼 1-2년은 맞춰가면서 살아가지 않는가? 이는 동거를 1-2년 정도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결혼을 할 계획인데 어떠한 개인적인 사정상 동거부터 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제도적인 틀에 구속되고 싶지 않고 평생 동거하고, 연애하는 것 자체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면 그 역시 다름으로 존중해줄 수 있다. 다만 '한 번 살아보고 결혼할지를 결정하자'는 생각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는 책임은 지지 않되 결혼한 것과 같은 삶을 누리고 싶다는 사유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은 생각은 아닐런지... 

유럽이나 미국에서 동거문화를 언급하며 한번 살아보고 결혼하는게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유럽과 미국에서 동거문화를 제대로 모르고 현상만 따와서 갖다 붙이는 주장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동거를 하는 연인은 단순히 '한 번 살아보고 결정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같이 살아도 된다는 어느 정도 이상의 확신이 섰을 때, 실질적인 결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같이 살기로 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굳이 결혼을 할 생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는 그들의 동거가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어'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에 대한 결정을 보통 매우 신중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과 한국의 차이

결정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국가나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동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법률 등이 제정되어 있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동거를 주거의 한 형태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말이다. 그들이 결혼이나 마찬가지인 동거를 할 수 있는 이유도 그러한 법제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라들은 동거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와 결혼을 하지 않고 같이 살았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그 사람에게 큰 흠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 모든 것은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어떤 것이 특정한 나라에서 용인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두 용인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 누드비치를 만든다면, 남녀혼탕을 만든다면 그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 유럽에서는 보편적이지는 않아도 존재하는 문화가 아닌가? 아니면 일부다처제가 용인되는 국가들의 문화는? 이러한 예들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 문화라는 사실이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용인되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춰봤을 때 두 사람이 모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서 동거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역시 존중되어야 할 테지만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분위기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그저 자신들 간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살면 된다. 본인은 맞고 다른 사람들은 틀리다며 갱생(?)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상은 한 개인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또 동거를 하겠다고 개인들이 결정을 하는데 그에 대해서 남이 왈가왈부할 필요도 사실 없다. 그들이 동거하는 것이 본인에게 무슨 피해를 준단 말인가?

분명한 것은 '살아보고 결혼할지 결정한다'는 것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환상에 불과하단 것이다. 30년을 넘게 산 부부도 서로를 잘 모르고, 정말 행복하게 사는 부부도 서로 맞지 않는 면이 있지 않은가. 결혼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당하면서 서로가 다듬어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신중해야 하고, 서로가 그러할 수 있는 관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연애를 하는 중에 서로에게 최대한 솔직한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같이 살아보고 결혼한다 한들, 장담컨대 결혼하기 전에 동거할 때 서로에게서 봤던 모습과 결혼을 하고 나서 2-3년 후에 서로의 모습은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를 확률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로 전혀 양보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