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의 많고 적음
대학원에 오기 전에 다녔던 회사는 연봉이 꽤나 높았다. 정말 다 떨어지고 한 곳에 붙었는데 그게 로또였던 것이다. 그런데 입사한 지 반년 정도 다녔을 때 동기들과 그런 얘기를 했다. (이제는 그 회사에 다니지 않으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우리가 연봉이 높은 편이지만 연봉이 어느 선을 넘어가면 효용가치가 감소하는 것 같다고 말이다.
실제로 심리학자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람들은 연봉 6만 불 (6천만 원) 이상을 벌면 소득에 따른 행복감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리고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연구는 한국에서도 학위논문, 심리학 실험 등으로 통해 같은 결과가 나왔던 자료들을 직접 본 기억이 있고, 그 금액은 미국보다 적었으며 결혼을 했을 경우 그 금액이 두 사람이 같이 버는 금액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외모가 중요한가
그리고 사실 너무나도 당당하게 남자들은 외모를 보며, 외모를 보라는 포스팅을 썼지만, 나도, 다른 남자들도 나이가 들수록 안다.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외모를 보는 기준이 남자들도 바뀌어 간다.
그리고 사실 남자들이 입으로 외모, 외모를 말하고 다녀서 그렇지 그런 사람들이 막상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놀라는 경우도 꽤나 많다. 남자들은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는 '그렇게 외모, 외모 거리더니...'라며 그런 사람을 놀리기도 하는데 그때 돌아오는 대답은 '인상이 좋잖아' '웃는 게 이뻐'와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피드백이다. 본인 눈에 이쁘면 그만이다.
나 역시 소개팅하기 전에 사진을 보고는 외모 때문에 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막상 만나고 나서는 잘 맞아서 연애를 한 적도 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모를 보는 기준도 달라져 감을 느낀다. 남자들도 안다. 외모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관적인 한계'가 있을 뿐.
회사원의 경제학
물론 굳이 경제력과 외모 중에 '현실적으로' 결혼에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경제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준재벌이나 건물주와 결혼을 하면 '현실적으로' 평생을 그 집안에 끌려다니며(?)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도 일상에 자괴감을 느끼며 살 가능성이 높은 편이고, 그렇다면 연봉이 높으면 좋은데 회사원의 연봉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연봉을 아무리 많이 주는 회사라 하더라도 몇 년 안에 서울에 집을 사거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정도의 돈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들이 주는 연봉은 그만두기는 아깝고 인생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는 정도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있을 정도의 연봉을 주는 회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연봉이 높을수록 노동강도도 강해서 돈을 잘 벌면 그걸 쓸 시간은 물론 잠잘 시간도 적다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연봉이 높으면 돈을 많이 모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연봉이 높으면 차가 현대에서 아우디로 바뀌고, 시내에 있는 깔끔한 식당에서 할 외식을 호텔에서 하고, 제주도로 갈 여행 일본으로, 일본으로 갈 여행 유럽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단 얘기다. 그리고 매우 현실적으로는 극소수의 회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오래 일해도 50대 중반까지다.
그래서 사람이다.
우울한 얘기를 잔뜩 늘어놓은 것은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누구나 인생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본인의 힘듬이 가장 힘들다. 그걸 겪고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며, 다른 사람들이 힘든 것이 가슴과 온몸으로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사람은 항상 누리고 싶은 것이 있기에, 누구나 인생에 힘든 점이 있다. 그걸 완전히 놓을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 길을 어떤 사람과 걸어갈 것인가의 문제다. 힘든 상황도 긍정적으로 봐서 나의 관점을 바꿔주는 사람, 내가 힘들어서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 그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시점에 커다란 기댈만한 나무가 되어 그늘을 만들어 주는 사람. '그럴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그 사람의 큰 스펙이나 외모보다 인생의 작은 디테일에서의 코드가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그 '사람'이 꼭 남편이나 아내여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문제는 남자들은 상호 간에 수용받거나 공감하는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여자들은 무리에서 가정을 꾸리는 배신자가 생기기 마련이라는데 있다. 그리고 본인 가정을 꾸리면 그 안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관심사가 달라져서 대화가 덜 통하게 된다는데에... 그래서 감정이나 감성적으로는 물론 이성적으로 따져봐도 가정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
20대에는 그런 연애를 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니 사실 마음에 충실하는 연습을 하는 20대의 연애도 길게 보면 결국은 가정을 꾸리는 길 위에서, 나를 알아가고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인생에서 서로에게 그러할 수 있을지를 알아가기 위해서 필요하고 중요한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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