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화면을 보고 있는데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걸그룹이 지하철 문화 홍보 캠페인을 하는 것을 봤다. '저 친구들도 유명해지고 인기가 많아지는 게 목표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문득 저 친구들이 유명해지지 않는다면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지가 궁금해졌다. 그나마 유명해진 이들이야 유명해진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무엇인가를 하거나 그 돈을 알뜰하게 쓰면서 살 수 있겠지만...
그러면서 인기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인기'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추구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고등학교도 사실은 공부 좀 한다는 친구는 인기가 있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학부 전공을 택하는 것도, 졸업 후 진로를 정하는 것도 사실 대부분 '인기'를 따라가지 않는가? 나 역시도 어느 순간까지는 그런 선택을 해온 것도 사실이니 그에 대한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기의 문제는 '인기'라는 것은 나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시작된다는데 있다. 인기를 얻은 사람, 인기가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본인이 그 인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인기는 외부적인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수들을 예로 들자면 사실 특정한 장르 등이 유행을 하기 시작하고, 시대적으로 주목받는, 핫하다고 여겨지는 장르가 '인기'가 있어지면 우연히 그 자리에서 그것을 하던 사람이 인기를 얻게 되지 않는가?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특정한 외모가 선호되는 시대가 있는데, 우연히 본인이 그 시대가 선호하는 외모를 타고난 경우에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사실 이러한 흐름을 자본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기'에 기반해서 어떠한 결정을 하는 것은 사실 조금 심하면 결국 자본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패션에서 유행이라는 것도 사실 특정한 집단에서 이번 시즌에는 어떤 것을 콘셉트로 하자고 하면 그 바람이 불고, 음악도 이제는 자본주의로 물량공세를 할 경우 그 가수니 그룹은 기본적인 수준의 인기는 누리게 되지 않는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들도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인기를 만들어 내는데 자본이 하는 역할은 작지 않은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런 자본이 만들어 낸 흐름 속에서의 인기는 그 자본이 다른 새로운 것을 찾으러 나서는 순간 사그라들게 되어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특정한 것에 익숙해지면 그것에 반영구적으로 빠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의 그런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또다시 새로운 것에 반응하지 기존 것에 만족하고 머물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는 직업 역시 마찬가지다.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안정성 때문에 선호되기 시작한 건 사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공무원을 늘리면서 기본 봉금 외의 처우는 더 열악해지고, 그 와중에 공무원도 정리해고를 해야 할 상황이 만약에 닥친다면 그에 대한 선호도도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한 시점에 인기가 많은 직업, 직종, 개인들은 모두 외부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안에서 인기 있는 자리에 가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데, 그런 열심히 한 것이 부각되고 주목을 받게 되는 데에는 외부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기에 의존하고, 인기를 목표로 하는 삶은 어느 순간에는 허무해지고 자신이 주도권을 잃은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직종이라고 해서 몰려갔다가 보니 그 직종의 유통기한이 10년 남은 사양산업이었다면 과연 그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 도 것일까? 실제로 특별히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대가가 되는 경우 중에는 사실 아무도 보지 않던 자리에 할 것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계속 그 일을 하던 중에 그 자리가 갑자기 주목을 받은 경우도 많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 인생에 진정한 주도권을 갖기 원한다면 우리는 인기라는 것은 갖게 되면 감사하고 아니면 말아야 할 정도의 것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내면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가진 적성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런 시도 끝에 '나만의 것'을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그런 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치열하게 살다 보면 우리는 결국은 그것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내게 맞는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 그 사람이 찾았을 때 그것이 자기에게 맞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 않을까? 그것을 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들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내가 대가를 조금 덜 받더라도 그것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그게 그 사람이 찾던 그것일 테니 말이다. 어떤 사람은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겠냐고 질문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인기가 계속되거나 현대사회에서 유명 업종이 40-50년 동안 유망업종인 경우는 없을 가능성이 아주 매우 높기 때문에 사실 인기를 따라가더라도 어느 순간엔가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내가 하면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하다 먹고살게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누군가는 물을지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살고 노력을 하다 보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먹고 사는 건 해결이 되고 누군가는 그 노력을 알아봐 주는 것 같더라. 그리고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을 찾는다면 누구도 그 사람의 삶이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