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시절 어느 날이었다. 길을 가다가 비가 오는데 거리를 쓸고 계시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봤다. 그 아저씨를 지나가는 버스 안에 앉아서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저 아저씨 얼마 받으실까?'였다. 그리고 상상해 봤다. 환경미화원의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들이 더 이상 스포츠를 못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환경미화원으로 불리시는 분들이 한 달, 아니 일주일만 일을 안 하신다면 아마 동네마다 썩은내가 진동하지 않을런지. 여름에는 시큼한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이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길거리 위에서 스케이트 타듯이 걸어 다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에 뛰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들의 삶이 그렇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죄송하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인 것일까? 20대 중반에 했던 이 고민에 대한 나의 답은 분명하다. 환경미화원들의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스포츠 선수들이나 연예인들이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일까? 이유는 한 가지다. 자본의 힘. 그렇다. 사실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받는 것은 그들이 나오는 방송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에 따라 그 앞뒤에 광고가 붙기 때문에 그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금전적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도 마찬가지.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가 되고, 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하면서 자본을 홍보하기 위해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희소성.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많지 않다 보니 그런 영향력이나 능력을 가질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 경쟁이 붙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간다.
자본주의 사회의 아이러니다. 노동의 쓸모가 아니라 자본 중심으로, 희소성에 따라 사람의 가격이 매겨지는 세상이라니 이참 아이러니하다. 사실 사람들은 환경미화원 업무를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환경미화 작업도 사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환경미화 영역에 자본을 투입해서 연봉이 올라가면 정말 탁월한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지만, 그게 현실화되진 않겠지.
사람의 노동이 자본의 필요에 따라, 그리고 희소성에 따라 판단받는 사회. 사실 희소성에 의해 더 많은 수입을 받는다는 것도 경제논리가 아니던가?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노동을 하시는 분들은 환경미화원, 경찰, 소방관, 택배 배달원, 경비원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 연봉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 분들이라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사실 없어도 우리 삶에 크게 지장이 없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난 연봉을 받는 것도.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고마워할 분들에게 고마워할 줄은 알면 좋겠다. 그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