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지만, 그러한 '사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가장 중요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사랑에서 감정적인 요소는 매우, 매우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없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겠는가? 물론 그러한 '특별한' 감정이라는 것이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일 수도 있고, 설레는 것일 수도 있고, 그저 가만히 있어도 편안해지는 느낌일 수도 있기에 그러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 사랑에는 어떤 형태로든 감정적인 부분이 동반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만으로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욕정, 욕망, 호감 등 다양한 형태의 감정들도 그러한 '감정적인' 요소는 동반하지 않는가? 그래서 사실 우리가 특정한 감정상태를 사랑으로 착각할 때가 있지만 그러한 감정은 사랑의 필요요건이기는 해도 필요충분 요건은 아니다. 사랑에 그러한 감정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감정이 생긴다고 해서 그게 다 사랑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라면 단란한 곳에 자주 가시는 분들은 하루에도 그런 곳에 갈 때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러한 감정적인 요소 외에 사랑을 만드는 구성요건 혹은 구성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결국 두 사람 간의 신뢰가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이 감정적인 동요로 인해서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지만 사실 사랑하는 연인들은 그러한 감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같이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반응과 취향, 성격과 특징을 알아가면서 우리는 흔히 감정이 '깊어진다'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감정이 깊어지는 면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 깊어지는 것은 감정보다도 신뢰적인 측면이 더 많지 않을까? 서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상호 간에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같이 있을 때 더 편해지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상대가 내 옆을 지켜주고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것을 같이 했다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조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아니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했다가도 사실 우리가 예측하거나 안다고 생각했던 것과 상대가 다른 모습을 보이면 그 신뢰가 깨지기도 하지 않는가? 그리고 뭔가를 많이 같이하지 않아도 상대가 보이는 작은 모습들에서도 상대가 정직한, 그리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지 않던가? 때로는 우리의 감정적인 흐름의 영향으로 상대의 행동을 우리가 잘못 해석해서 가졌던 신뢰가 하루아침에 깨어지기도 하지 않던가? 이렇듯 신뢰를 쌓는 것 자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듯한 건 내가 복잡해서일까?
하물며 연인 간에, 감정과 호르몬 작용이라는 마취제가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한 관계에서도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오죽하겠나? 뉴스에서 나오는 흉흉한 소식들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들은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온전히 믿기를 어렵게 만들지 않나? 더군다나 그러한 경험을 직접 해본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신뢰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지던가?
그래서 사실 때로는 내가 보이는 모습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이상하게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억울해졌다가도 또 상대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란 참으로 어렵고, 사적으로 얼굴을 보고, 어느 정도 이상 기간 동안 옆에서 지속적으로 봐온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이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아니 응답해라 1988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피폐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렇듯 신뢰가 상실된 것일까?
문득 내 브런치 글들과 SNS 글들을 본 사람이라면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신뢰를 쉽게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가도, 글을 어떻게 쓰던지 간에 그 사람이 이상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그 뒤를 이어서 고개를 든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