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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두 글자로 보는 세상

쓸모

'야 쓸 데 없는 짓 하지 마'

"야 그런 거 아무 쓸모없어'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자주 쓰는 표현들이다. 그리고 사실은 굉장히 폭력적이고 과감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한 표현은 무엇인가가 쓸모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준에서, 왜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데 '쓸모'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는 것,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 콘서트를 가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는 것 모두 사실 엄연히 말하면 '쓸모'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명확하게 쓸모가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운동을 하는 것, 밥을 먹는 것, 내가 사는 곳을 청소하는 것... 정도? 아 물론 그러할 수 있기 위해서 돈을 버는 행위도 쓸모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돈을 버는 행위들이 모두 '쓸모'가 있는 일들인가? 운동선수들이 운동하는 것이? 그렇게 운동을 해서 100m를 더 빨리 달리는 것이, 공을 링에 누가 더 많이 넣었는지를 겨루는 것이, 몇 cm차이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는 야구가 우리 인생에 무슨 쓸모가 있는가?

특정한 직종이나 구체적인 직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인가의 '쓸모'를 너무 함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인간이 그저 먹고, 자고, 생존하기 위해 산다면 '쓸모'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런 쓸모의 기준으로 따지면 식재료를 생산하는 사람, 우리가 사는 동네를 청소해주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한다. 사실 그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인간생활에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을 실행해 주시는 분들이 아닌가?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생존 이상의 것을 욕구하는 특징을 갖는다는 면에서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며, 관계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렇듯 인간은 단순히 행복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인간에게는 감정적인 측면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요소들이 많지 아니한가?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사실 스포츠는 인간의 신체적인 능력치가 어디까지인지를 끌어올려서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이고, 음악을 듣고 부르는 것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감성을 채우기 위한 행위가 아니던가? 그런 맥락에서 사실 인간이 만든 것들은 단순히 '쓸모없다'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사람들은 모두 성향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것은 특정 개인에게 쓸모가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쓸모가 없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것 중에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는 것'은 사실 없다.

무엇인가의 쓸모는 객관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쓸모는 개인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개인들 간에 존재하는 차이는 틀림이 아닌 다름일 따름이기에 무엇인가의, 누군가의 쓸모를 우리는 판단해서는 안된다. 우리 중에는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 만드는 것, 즐기는 것, 바라는 것의 '쓸모'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내가 쓸모 있다고 느끼는 것 중에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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