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몇몇 현상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그 이면에 어떤 마음들이길래 저렇게 하는 것인지를 살펴보니 그 중심에는 무의식 중에 세상이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일에 의견을 내고, 그것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상대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결국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렇다면 그런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이 어디에서 오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건 결국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는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말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나'라는 자아만 강화시키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른 사고방식을 내가 생각해보는 훈련을 전혀 시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으로는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배울 수가 없단 것이다.
그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교육은 경쟁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경쟁은 본질적으로 내가 다른 사람을 이기고,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을 할 때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항상 경쟁이 강조되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 옳은 것이 한국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본인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세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틀리는 것이 죄'인 듯한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위 두 가지 이유와 관련이 있는 것이기도 한데, 사실 우리나라만큼 뭔가를 잘못하거나 틀리면 혼나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좀 살다 보면 틀릴 수도 있고 잘못 알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뭔가를 틀리면 그 사람이 아주, 매우 잘못된 사람처럼 매도해 가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공부를 할수록 내가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만 더 깨달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인이 틀리면 그게 본인의 자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여기는 듯해서 그게 사실 불편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똑똑하다. 그리고 대부분이 성실하다. 윗 세대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이라고 혀 차는 소리를 내지만 사실 젊은 세대들도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비교해보면 훨씬 성실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성실한 방향이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생각하는 법'과 '내가 틀릴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받지 못해서 그에 대한 수정이 이뤄지지 못했을 뿐이다. 만약 '요즘 젊은 사람들'이 70년대에 태어났다면 장담하건대 그 시대를 주름잡았을 것이다. 솔직히 70-80년대, 아니 IMF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적당히 노력하면 어지간히 먹고살 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작아 보이는 차이가 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낳는다. 마치 두 가지 갈림길에 섰을 때 오른쪽을 택한 것과 왼쪽 길을 택한 것이 나비효과로 이어져 그 길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쯤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상대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라고 말이다. 그런 작업은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도 않고, 고통스러우며 지겹기까지 하다. 하지만 운동을 오늘 하루 한다고 체력이 좋아지거나 몸이 탄탄해지지 않지만 꾸준히 하면 효과가 드러나듯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는 분명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만약 그런 노력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시점에 '나는 안 그런데?'라고 생각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가장 극단적으로 그런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반사적으로 그렇게 반응을 한다는 것은 이 글의 내용이 맞고 틀림을 떠나서 '이게 정말 그런가?'라고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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