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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단편적인 생각들

21세기 한국음악에 대하여

내가 처음 산 앨범은 김건모 1집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점까지는 가수 김건모의 모든 앨범을 다 샀었다. 그 이후에도 몇몇 가수들의 앨범은 발매되는 즉시 사고는 했다. 그리고 지금도 거리에서, 라디오에서, 혹은 텔레비전에 나오면 그들이 반갑고, 그들의 음악을 들었던 때의 추억들을 떠올리고는 한다.

그러던 중, 문득 지금 10대들은 내 나이가 되어서 어떤 음악들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을지가 궁금했다. 이제 나이가 없진 않은 만큼 요즘 10대들의 취향을 잘 몰랐는데 지금은 GD가 90년대에 서태지와 같은 존재라는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GD가 당시 서태지만큼 압도적인가...' 그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은 부모님들까지 다 알고, 몇몇 노래들은 같이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반면 GD는 30대들도 그 존재는 알아도 음악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건 실력이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양적으로 음악이 쏟아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기에 쏟아지는 음악의 질, 뮤지션들의 실력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일 테다. 오만한 것이고.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 개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쏟아지는 음악들'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워낙 많은 음악들이 찍어내듯 쏟아지다 보니 21세기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가수가 엄연히 말하면 없는 듯하다. 개인들을 좋아하는 팬들은 있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팬들이 분산되어 이제는 한세대가 공유하는 '공통의 문화'라는 것이 사라진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있어서 우열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일각에서 이는 최근에 쏟아지는 음악들에 대한 비판에 일부 공감은 하지만 그 또한 시대의 반영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꼰대질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이나 뮤지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꼽는다 해도 이견이 상당히 많지 않을까. 20년 후에, 몇 년 전에 일었던 토토가, 슈가맨 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지금의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엄청나게 쏟아지는 음악들이 역설적으로 추억으로 만들어질 재료를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3월의 어느 봄날이다. 벚꽃엔딩만큼은 영원히 남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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