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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남자들의 동굴

남자들의 멀티 불가 능력

남자들은 단순한 편이다. 그리고 뭔가를 한꺼번에 동시에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예를 들면 여자들 중 상당수는 통화를 하면서 텔레비전도 보면서 강아지가 어디에서 볼 일(?)을 보고 있는걸 한꺼번에 캐치할 수 있지만 남자는 통화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걸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거고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것이지만 좋게 생각한다면 한 가지를 할 때 그것에 집중하는 성향을 가진 것이다.

남자들이 이처럼 단순하고 멀티태스킹이 잘 안 되는 이면에는 남자들의 목표지향적인 성향이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뭔가를 시작하면 그 결과를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를 잡으면 그것 외에 다른걸 잘 생각하거나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그런 내용의 글을 썼지만 남자들이 단순한 건 사실 여자들에게 굉장히 좋은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남자들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래서 남자들은 본인에게 힘든 일이나 상황이 생겼을 때 연인이나 아내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본인이 그 문제를 끌어안고 동굴에 들어간다. 그런데 또 여자들은 보통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와 관련된 대화를 하고 공감을 받으면서 감정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먼저 털어놓는데 본인의 연인이 본인에게 그러지 못하는 것은 본인과 그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만큼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기보다는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로 인한 정서적, 심리적 타격을 해결하고 싶어 하기보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는 그 문제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결국 본인 또는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일이기에 그 문제를 끌어안고 혼자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보통 그 문제가 해결되었거나 지나간 이후에야 긴장을 풀고 본인이 정서적으로 수용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지난 것들을 털어놓는다.

문제는 그 단계까지 가는 과정에서 꽤나 많은 여자들은 이미 상대가 동굴로 들어간 것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는 데 있다. 본인이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힘든 일이 있으면 털어놓고 나누는 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래서 결과 통보를 하듯이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서야 자신에게 얘기를 하는 것은 여자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난 당신에게 뭐야? 내게 그런 것들을 하나도 말해주지 않는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은 남자는 그 시점에 정서적으로 수용받는 것이 필요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혼자서 그걸 다 끌어안고 어쨌든 그 문제에 대한 finish line을 통과했기에...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이 꼭 나쁜 것은 아니며 그 다름은 남자와 여자를 상호 보완해주기도 한다.

한국사회가 남자에게 요구하는 것.

사실 남자들이 그렇게 된 것이 타고난 것인지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남자들은 자신이 가장으로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학습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연인관계에 있어서도 보통 남자가 '리드'하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처럼 남자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내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숙명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많은 남자들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그것도 '내가' 책임을 지기 위한 일환으로 그 얘기를 주위에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본인의 연인에게는... 심한 경우에는 아내에게도...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보통 '남자답다'는 것이 그런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는가... 남자들이 힘들다고 집에 와서 구구절절 털어놓으면 또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 않는가.

물론 남자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본인을 위해서도. 사실 그때그때 정서적, 심리적으로 힘든 것은 본인 옆을 지켜주는 사람과 그때그때 공유하고 나누면서 정서적으로 수용을 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힘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최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습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표지향적인 남자가 그런 특성을 고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하니 남자들도 동굴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한 번씩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하고, 본인이 동굴에 들어갔을 때 밖에서 기다리는 연인이 힘들 것이란 것을 기억해야 하겠지만, 여자들도 본인의 연인이 동굴로 기어들어가면, 힘들더라도 그 앞에서 기다려주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해줄 때, 두 사람의 관계가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