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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여자들의 이상형

여자들도 외모를 본다.

일부 여자들의 경우 본인은 남자의 외모는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외모를 보지 않는 남자가 없듯이 외모를 보지 않는 여자도 없다. 다만 남자들이 더 보편적인 기준이 있을 뿐이고, 여자들은 선호하는 외모의 폭이 굉장히 넓다. 그리고 남자가 '너무 이쁜 여자는 싫어'라고 하는 경우는 없는 반면 여자들은 실제로 너무 잘생긴 남자는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한 큰 차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잘생긴 남자는 싫다는 것 또한 다른 의미에서 외모를 보는 것이기에 외모를 보지 않는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성립하지는 않는다.

외모 외에도 남자와 여자들은 이상형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자주 하는데 분명한 것은 여자들이 스스로 밝히는 이상형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여자들은 본인이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여자들이 본인이 말하는 이상형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거나, 그 연애를 유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본인이 말하던 이상형과 완전히 다른 사람과 만나는 여자들이 더 많은 듯하다.

이상형의 의미

여자들이 주장하는 이상형이 왜 생각보다 의미가 없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상형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상형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을 의미한다. 즉, 이상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감성보다는 이성의 작용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현실이 다르듯, 우리가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의 연애와 이상형은 또 다른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연애를 하면서 이상형이 변해간다. 이는 최초에 가졌던 이상형의 조건 중 몇 가지가 맞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게 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의 조건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헤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고, 반면에 그 사람과 잘 맞았던 것을 떠올리며 우리는 무의식 중에(때로는 의식하면서) 자신이 함께 있을 때 편한,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사람을 조금씩 다듬어 나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상형도 변한다.

하지만 사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두 사람이 만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헤어지는데도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지언정 두 사람이 헤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치약 짜는 방법 때문에 이혼한다는 부부가 정말 그것 때문에 이혼하겠나? 그것이 두 사람의 감정적인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들이 이혼까지 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일상에서 분명 다른 것들로 인한 불편함과 갈등이 쌓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 사람들은 보통 연애를 많이 하고, 나이가 들수록 이상형을 말해보라고 하면 선뜻 대답을 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러면서 간단하게 설명한다. "만나봐야 아는 거지 뭐"라고 말이다. 

이상형이 의미 없는 이유

여자들의 이상형이 큰 의미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말 한마디에 있다. 여자들은 이성적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는 직접 만났을 때 공감할 수 있게 되고 대화가 통하는, 소위 말하는 '화학작용'이 같이 일어나는 사람에 끌리기에 여자들은 보통 "직접 만났을 때" 그런 작용이 일어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에게 이상형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도 모든 조건에서 본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하한선이 있다. 아마 남자들보다 훨씬 많은 조건에서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건들은 공감하는 대화를 하고, 교감할 수 있으며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조건들도 양보될 수 있단 것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 혹은 감정적 작용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여자들이 세워놓은 하한선의 조건들이 얼마나 양보될 수 있는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작용이 어떻게, 얼마나 일어날지는 두 사람이 직접 만나봐야 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러한 작용을 일으키는 지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 공식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긴 글을 쓴 이유는 남자들이 자신의 어떠한 외모나 조건만으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예를 들어 다른 조건이 완전히 똑같다면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정우성이나 이정재의 외모를 가진 남자가 그렇지 않은 남자가 유리하겠지만 (특히 단기적으로는), 그들과 같은 외모를 갖고 있지만 공감이나 교감이 되지 않는 남자보다는 외모는 조금 덜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많이 덜)하더라도 그러한 공감과 교감이 잘 되는 사람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자는 본인이 연애를 못하는 것을 본인의 외모나 조건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본인이 얼마나 상대와 공감하고 교감했는지, 본인이 어떤 사람과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고 교감하는 편인지를 돌아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호감이 가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입으로 말하는 이상형의 조건에 본인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또 그 여자가 말하는 이상형의 조건에 본인이 부합하는 듯하다고 해서 고백을 하면 연인이 될 확률이 100%인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는가이다. 그래서 그러한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서는 본인이 개인적으로 연락했을 때, 대화를 할 때, 같이 뭔가를 할 때 상대가 보이는 반응을 살피는 것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