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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콩깍지의 힘!

콩깍지의 힘은 진실로, 정말로 위대하다. 예전에 남자들은 외모를 본다고 주장했지만,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지면 사실 남자들은 외모를 확 덜 보거나 안보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건 경험담이다. (자세한 얘기를 공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듯해서 생략하는 걸로...) 그만큼 콩깍지가 씌워지는 현상은 엄청난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할 때 모두 어느 정도는 콩깍지가 씌워진다. 혹자는 본인이 콩깍지가 씌워진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상대가 너무 좋아서 만난다고 할지도 모르나, 사실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빠진다는 것은 이미 그만큼 누군가에게 '콩깍지가 씌운 것'이 아닐런지... 사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상대가 그저 마냥 좋아 보이고 그의 부족한 점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는 이미 상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콩깍지는 상대에 대해서 특정한 면을 더 부각시켜서 보고, 그것이 확대됨에 따라 다른 면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다. 

그렇다고 콩깍지가 씌워진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콩깍지가 갖는 굉장히 긍정적인 효능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콩깍지가 씌워지면 우리는 상대의 장점을 분명하게 보게 된다. 상대가 가진 매력, 상대와 내가 잘 맞는 점 등이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콩깍지의 그러한 효능(?)은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심어주기 때문에 두 사람을 가깝게 끌어당겨주는 역할을 해준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어느 정도는 착각일 수도 있으나, 전혀 그런 면이 없다면 그런 착각을 하게 될 일도 없지 않을까?)

이뿐만 아니라 콩깍지가 씌워져서 상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는 쌓을 수 없는 추억을 상대와 쌓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평소에 정말 싫어하던 것도 연애 초기에는 상대가 원하면 그저 같이 있는 것이, 하는 것이 즐거운 것은 콩깍지가 씌워졌기 때문인데 이처럼 우리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 누군가와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것 또한 콩깍지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콩깍지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콩깍지가 씌워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콩깍지를 떼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물론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콩깍지가 심하게 씌워진 경우에는 상대로 인해 본인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곡해하여 사랑이라고 해석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콩깍지가 그런 방향으로 씌워진다면 이는 위험할 수도 있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콩깍지가 씌워지지 않고서야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고, 나이가 들수록 연애를 시작하기 힘든 것은 너무나 현실을 머리로 많이 알기에 콩깍지가 씌워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것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에 대하여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러한 콩깍지는 어느 순간 떨어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호르몬 작용이라는 것은 현실이라는 풍파 속에서 느려지게 되어있고,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연애에 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력도 언젠가는 바닥이 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람들은 어느 순간엔가는 현실로 돌아와서 콩깍지가 떨어진 상태로 상대를 마주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렇게 콩깍지가 떨어졌을 때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방향과 모습에 따라 두 사람의 인연이 더 이어질지, 혹은 그곳에서 멈출지가 결정된다.

어떤 사람들은 콩깍지가 떨어지지 않고,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신혼 같은 부부를 봤다고, 혹은 본인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면 그들은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로 호르몬 작용으로 사랑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입체적으로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단순히 호르몬 작용을 넘어서 두 사람이 같이 쌓은 추억, 상대에 대한 어느 정도 이상의 이해가 있기에 상대의 부족한 면이 불편하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일 뿐, 상대방에 대하여 '콩깍지'가 씌워져서 보지 못하는 면이 있어서 상대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더란 것이다.

이처럼 콩깍지가 씌워지는 것은 어쩌면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필수조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상대에게 푹 빠져 있는 상태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상대에 대하여 왜곡된 이해와 기대를 갖고 가정을 같이 꾸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콩깍지는 어느 순간 떨어지게 되어있는데, 그때 깨닫게 되는 상대의 모습은 본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4계절은 같이 지내보고 결혼을 하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