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으로 20대 후반 이후 가장 오랜 연애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 지난 2년 중 1년이 조금 넘는 기간은 스스로 연애를 끊었(?)었고, 올해는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누군가를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며, 결국 2년 중에 누군가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던 여건이 되었던 4달 정도의 기간 동안에는 연이 닿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연애뿐 아니라 거의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미칠 듯이 외로웠던 시간도 많았고, 혼자 책 보고 공부하며 글을 쓰다 보니 누군가를 만나면 안에 쌓였던 말들이 쏟아지는 걸 느꼈다. 그럴 때면 누군가가 내 옆에 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왜 들지 않았겠나. 누군가가 뭘 해주지 않아도 이 시기에 내 옆에 있어줬으면 조금 더 나은 결과들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약간의 과정을 보태면 수천번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시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나쁘긴 했는데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를 차단해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그렇게 고립된 시간들 속에서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고 나 혼자 서 있는 연습이 된 듯하다.
신기한 것은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을 보는 기준, 사람들의 모습이 느껴지는 방식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걸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도 남자이기에 예전에는 매력이 느껴지는 외모적인 요소가 있는 여자들에게는 감정적으로 먼저 끌려들어 가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그런 끌림은 거의 발생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리고 예전에 알았던 사람들 속에서도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제야 조금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지난 몇 년간의 시간이 내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환점이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연애나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시간이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연애에 공백기가 생김으로 인해, 연애를 하지 못하는 아니하면 안 되는 시간을 보냄으로 인해 조금 더 결혼이라는 게, 가정이라는 게 무엇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며 감정적 휘둘림에 흔들리기보다 말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건강하게 혼자 있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물론 감정적인 동요는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가장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혼자 잘 버틸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정말 안정이 된 상황에서는 혼자 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남자치고 (어떤 지인들은 그냥 예민한 거라고도...) 정말 감정적으로도 예민했던 내게 있어서는 엄청난 변화이다 사실.
사람들은, 세상은 연애를 해야만 한다고 가르치고 그러지 않으면 결혼을 못하고 가정을 꾸리지 못할 것처럼 말하지만 오히려 소개팅에 지치고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연애에 대한 생각의 버튼을 '잠시' 꺼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런 것도 괜찮다는, 그러한 연애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시간이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그리고 혼자 있을 때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연애를 해 본, 그리고 연애를 위한 연애에 지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휴식기에라도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굳이 피할 이유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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