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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외로움과 연애

언제 가장 연애를 하고 싶은가? 보통 외로울 때가 아닐까?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나 혼자 세상에 덩그러니 버려진 것 같고,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할 때 연애를 하고 싶어 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가장 힘들 때, 내가 믿는 신에게 원망하는 기도를 울부짖으면서 했었다. 왜 이렇게 날 혼자 내버려 두는 거냐고, 왜 나 혼자 있어야 하는 거냐고 말이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께는 오히려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게 더 많아지지 않나... 걱정하실까 봐 더 괜찮은 척하게 되는 것, 소위 말해서 '철이 든다'는게 보통 그런 변화를 수반하는 듯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나의 가장 약한 곳을 드러내는건 부담스럽거나, 미안해서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무게는 무거워지는데,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줄어든다. 어렸을 때 연애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건 내가 믿는 신에게 그렇게 울부짖은 나의 마음엔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나는 외로웠고, 힘들었고, 내가 '의지할 대상'을 찾고 있었다. 그건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고, 사고 싶은 옷을 사려는 마음과 같은 마음이었다. 조금 많이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의 그런 마음은 나의 외로움, 아픔, 고통을 해결해 줄 물건을 찾고 있는 행위와 비슷했던 것 같다. '나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것 같더라. 나를 위해서 상대방을 가져다 쓰는 것.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연애가 이기적인 것도 그 때문은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연애를 통해서 외로움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과 대화는 분명 그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을 나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도구로써 접근하는 연애, 사랑과 결혼의 끝에는 또 다른 형태의 외로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와의 연애도 내가 음식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포만감, 그리고 원하는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애를, 사랑을, 결혼을 할 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고, 특히 연애, 사랑, 결혼에 있어서 두 사람은 완전히 평등하고 동등하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나의 외로움, 힘듦, 고통만큼의 그것이 상대에게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만 한다. 

사실 사랑은 어쩌면 그래서 위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자신 만의 외로움, 힘듦, 고통과 인생의 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상대의 그것을 같지 짊어지고 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보기도 한다. 상대도 그런 짐을 지고 있는데 내 짐까지 상대에게 얹어주기가 미안하다고, 그래서 자신은 상대의 짐을 같이 짊어지면서 자신의 것은 혼자 지고 끙끙대는 사람을. 그런 사람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연인과의 관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우자에게도 그렇게 본인을 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서 그런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우리가 속을 다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A라는 사람을 만날 때와 B라는 사람을 만날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이 나오기도 하지 않나?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연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실수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여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하지만 누구도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진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는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빈도는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줄어들 수 있지만. 그래서 연인 간의, 부부간의 다툼은 이상한 게 아니다. 다만 그 다툼이 있다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의 비율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두 사람 중 누구도 상대를 완전하게 품어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미안해하면 된다. 특히 결혼을 한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평생 상대의 편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연애를, 결혼을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의 문제는 연애를, 결혼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그 관계에서 얼마나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제 브런치에서 제가 사용하는 정의입니다.^^)'이라면, 그 사랑은 상대도 나만큼의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 시작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