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남녀관의 관계에서 미묘한 심리 싸움을 의미한다. 줄다리기하는 것을 비유하는 것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어학사전)
밀당, 반드시 필요한가?
실제 연애에서 밀당을 하는 사람들도 그걸 공개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밀당'이란 표현 자체가 굉장히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감정에 솔직하고, 털털하고, 쿨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을 때 '저는 밀당 같은 거 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한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는 밀당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상대가 넘어온다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과연 밀당은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 정말 밀당을 해야만 연인이라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일반적으로 말하는, 위에서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종류의 밀당은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묘한 심리 싸움을 위해 밀당을 하는 것 자체가 관계를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하려는 마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에서 밀당을 하는 것은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썸을 탈 때의 밀당은 상대가 내게 고백을 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한 목적으로 밀당을 하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도 있을지 모르나, 그런 패턴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없다. 두 사람 중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지칠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러면 적당한 수준으로 하면 되잖아'라고 반문할지 모르나, 그 '적당히'라는 선은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그 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다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두 사람 간의 감정과 관계 자체보다 그 밀당의 선을 지키는데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이는 그 선을 지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런 남자를 제비, 여자를 여우라고 부르지 않나? 그런데 사실 그 사람들은 본인이 그 균형을 어떻게 지키는지를 말로 설명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악의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자신들이 하는 것이 밀당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에겐 그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될 관계는 어차피 된다
밀당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어차피 오래갈 인연이라면 밀당을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우선 남자들은 본인이 정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밀당을 잘 하지 못한다. 이는 남자는 시각적인 요소에 최우선적으로 영향을 받고, 상대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면 상대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밀당 능력을 타고났거나 타고난 포커페이스가 아니라면, 본인은 밀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대는 이미 남자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채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가 그렇게 밀당을 하는 것이 귀엽게 보인다면 그 두 사람은 밀당을 하지 않아도 연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고, 어차피 안될 관계에선 아무리 밀당을 해도 여자의 입장에서 호감이 생기지도 않는다.
이는 사실 여자가 이성에게 호감을 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남자들은 마음속에 외모적인으로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그 지점이 너무 거리가 있으면 여자분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상대를 이성적으로 보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이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내서 그런 요소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정서적인 교감이나 공유하는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그래서 여자분들이 밀당을 한다고 해서 남자가 단순히 그것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밀당을 해서 남자가 감정이 생겼다면, 사실 그 관계에서는 인위적으로 밀당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감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핵심은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에 있다
이쯤 되면 '밀당을 하지 않고 감정에 솔직했다가 오히려 차였다'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감정에 솔직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감정에 솔직했다'라고 하면서 한 행동은 자기중심적인 마음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정말 좋아해' 또는 '내 마음이 이래'라는 말을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있다는 이유로, 상대는 그런 감정이 없거나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고백하면 그걸 듣는 상대의 입장은 어떨까? 당신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이 감정을, 마음을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이겠나? 자신은 진심을 다해서 말했는데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상대를 비판 또는 비난하지 말자. 누구도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를 갖지 않는다. 당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상대가 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당신이 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이 정말 매력이 있다면 일단은 당황했다가도 잠시 감정을 추스른 후에는 그렇게 표현하는 게 고마울 수 있다. 특히 당신도 상대에게 일정한 수준의 호감이 있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매력 또는 어지간한 호감이 있지 않은 이상 '내 기준으로 감정에 솔직한 것'은 상대에게는 폭력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이다. 그건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를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고 느낀다면, 그 관계에서의 우선순위는 상대여야 한다. 사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그렇다면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상대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다. 밀당이 아니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상대를 좋아한다면, 그런 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 지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는 이미 자신을 향한 당신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렇게 상대에게 애매하게 호의를 표시하는 게 너무 길어지면, 상대는 그것을 일종의 '부정적인 밀당'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그렇게 상대를 배려하는 것에는 적정한 선이 분명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니까.
이렇듯 밀당처럼 보이는 행동이지만 그게 '내가 상대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상대를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상대에 대한 배려로써 한 행동이라면, 그 행동은 오히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행동에 해당한다. 이처럼 결국 모든 것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특정한 행동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애의, 사랑의, 결혼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럴 때의 '상대를 배려하는 진심'은 두 사람의 접점에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에서 말이다.
만약 그렇게 배려만 주구장창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선 첫 번째로, 당신이 정말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대는 당신이 그 사람을 대하는 모습 속에서 그것이 밀당이 아니라 배려임을 느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번째로 상대가 짜증이 나서 '찔러보지 마라'라고 먼저 말을 했다면, 본인이 찔러본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에서 했는지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면 된다. 만약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최소한 지금 만큼은 두 사람이 그저 인연이 아닌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인은 정말 진솔하게 했는데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런 경우에는 평소에 본인이 보이고 다닌 모습을 한번 돌이켜 보고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본 나'가 어떤지를 한번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그런 경우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들일지, 그 마음이 진심으로 다가오는지는 사실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결정을 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나 상대가 당신을 밀어내고 있는데 그걸 밀당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자. 상대가 밀당을 너무 심하게 한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상대가 밀당을 하는게 아니라 당신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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