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꼭 해야 하나?

결혼의 문제

결혼이 선택이라는 얘기가 처음에는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보수적인 부모님을 뒀고, 30에는 당연히 결혼을 하는 줄 알았고 그때 결혼을 하고 싶었기에. 이미 많이 늦어졌지만...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의 부수적인 효과(?)에 대해 무지한 시절의 이야기다. 30이 넘어가고, 주위에서 대부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으며, 이제는 슬슬 돌아오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니 같은 오빠 캐릭터 덕에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보며 내린 결론은 여자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남자는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 낫다는 것이다.

여자의 결혼

단순히 여자는 결혼하면 손해 보는 게 많고, 일하는데 제약을 받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행복한 결혼을 하는 것이 어쨌든 혼자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일의 성취에서 느끼는 보람보다는 행복한 가정이 주는 안정과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은 옆에 있는 수많은 결혼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분명하게 알게 된다. 따라서 그런 맥락에서만 설명을 한다면 나는 좋은 사람을 반드시 찾아서 잘 결혼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러니 더 열심히 찾으라고 하겠지...

그런데 사실 여자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그녀들은 서로 공감하고, 위로를 받으면서 어울리기에 어쩌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평균 이상의 행복감을 갖고 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힘들 때 연락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기념하며, 같이 놀고먹고. 물론 여자들도 연인과 그러하는 것이 여자 사람 친구와 그러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행복한 가정 안에서 이뤄질 교감이 여자들끼리는 어느 정도 이상 이뤄지기에 여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듯하다.

가정을 꾸리면 아이를 낳는 것이 그 가정의 안정을 위해 낫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은 한 번씩 경험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에 난 내가 여자였어도 결혼을 하고 싶겠지만, '결혼을 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되는 논리들은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 보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불편하고 설득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국가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이는 주위에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 여자들에 해당하는 얘기다. 여자들도 결혼을 하면 관심사가 바뀌고, 주위 환경이 바뀌면서 대화 내용이 바뀌기에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이들이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면서 친해지는 걸 보면서 느낀 것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주위에 많다면, 여자들의 싱글 라이프는 좋은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룬 케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가능성들 보단 훨씬 나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남자의 결혼

반면 남자들의 대화는 여자들의 대화와 달리 피상적이다. 남자들이 같이 울어주고 교감하고 공감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남자들의 대화를 요약하면 스포츠, 여자, 군대, 정치 얘기 정도인데, 군대 얘기는 나이가 들수록 하지 않게 되고 스포츠 얘기는 종목이 맞아야 대화가 오갈 수 있고, 정치 얘기는 같은 말을 반복 재생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여자 얘기는... 사람들마다 보는 시선이 달라서 공감을 하며 대화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리고 위 주제들을 보면 알게 되는 건 남자들은 '내 얘기'를 남자들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도 사람이기에 본인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공감하고 교감할 상대가 필요하단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은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보호해드려야 할 분들이 되어가기에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지는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혼자 오래 살게 되면 그런 것들을 술로 풀거나, 다른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실 결혼을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 필요하다. 문제는 많은 남자들이 사실 본인이 가정이 가장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남자는 태어나서 한 번,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한 번씩 총 세 번만 우는 거야'라는 식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에게 심는 영향이 작지 않은 듯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애가 태어날 때 한 번만 우는가? 그 세 번은 아마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다 소모했을 텐데 왜 남자애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사실 결혼은 여자보다도 남자에게 더 필요한 제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남자들이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들 역시 혼자 있는 것만 하지 못한 결혼을 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자는 분명 결혼함으로써 받게 되는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 물론 일찍 결혼한 사람들은 나이가 든 싱글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그러한 사실을 알 수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