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카페에 앉아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데 누가 봐도 소개팅을 하고 차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에 앉아 있는 남녀는 여자분이 상대와 눈을 마주칠 때면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지만 주위에 다른 사람이 지나가거나 남자가 한창 얘기를 할 때면 얘기를 듣는 듯하다가 계속 주위로 눈길을 돌린다. 그렇게 어색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쌍의 남녀 옆으로 색만 살짝 다른 똑같은 잠바를 입고 지나가는 누가 봐도 커플인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 광경이 재미있어서 조심스럽게, 멀리서 보다가 그분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살짝 민망해 눈을 다시 모니터로 돌렸다.
장면 2
카페에 한 2시간 정도 앉아 있었는데 한 남자가 30분 정도, 차를 시키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누군가와 약속이 있는데 조금 일찍 와서 그냥 이 카페에 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기에서 만나기로 한 것일까? 그러려니... 하면서 다시 내 노트북 모니터에 집중을 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그 사람 앞에 어떤 여자분이 앉아계신다.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고 여자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는 않다. 코트도 벗지 않고 너무 오래 기다려서인지 남자의 얼굴을 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키가 꽤나 커 보이는 여자는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남자 앞에서 뭔가 기분이 아주 좋지는 않은 느낌이다. 그러더니 남자가 일어나서 차를 시키고, 차를 두 사람이 마실 차를 가져온다. 누가 봐도 소개팅 자리다.
장면 3
남자는 긴장해서 어쩔 줄 모르고, 여자도 부끄러워하면서 어색해하는 또 다른 사이가 보인다. 화장실을 나가려고 문을 열다가 우연히 두 사람이 존댓말을 하는 것이 들렸다. 주말 오후에 사업상 만난 관계는 아닌 것 같고 남자와 여자의 옷차림에 비춰봤을 때 아마 그 사람들도 소개팅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다른 두 쌍의 소개팅과는 달리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는 누가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가 잘 드러나지를 않는다.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남자의 모습에선 분명 호감이, 설렘이 느껴지는데 내가 남자인지라 여자는 어떤 마음인지를 알 수가 없다. 지나가면서 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자들은 때로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그런 표정을 지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소개팅의 자리
소개팅을 하는 자리들은 참 그렇다. 당사자들은 긴장을 하면서 상대에게 집중을 하는데,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는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소개팅을 할 때면 조금은 구석진 자리, 주위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자리를 찾는다. 그런데 그렇게 찾은 자리의 근처에는 또 소개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근처에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인지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옆 소개팅 자리의 남자와 괜히 동질감을 느낀다. 누가 봐도 소개팅스러운 대화를 그도, 나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연인이 된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분명히 얼굴을 마주 보고 짧으면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길면 3-4시간 까지도 앉아 있었던 사이임에도 헤어지고 나서는 상대의 얼굴이 잘 안 떠오르지 않나? 물론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소개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연인이 될 사람을 찾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소개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기가 힘든 것이 현실 아닌가? 오죽하면 사람을 주선해 주는 결혼정보회사가 만들어지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사진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면서까지 사람을 찾는 소개팅 앱까지 생겨나겠나?
어느 주말에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할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약속을 잡는 장소에 있는 적당한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들이 주말에 많이들 그러하듯이 우연히 소개팅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저기에 앉아 있는 저 두 사람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표정에서 이미 읽히는 감정들을 그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그대로 느끼고 있을까? 자신의 눈에 씌어있는 콩깍지 혹은 마음에 이미 생겨나기 시작한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되어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오늘도 소개팅이 계획되어 있을지 모르는, 그렇듯 어색하고 머쓱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분들은 그러한 자리를 더 이상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오시길 바란다. 이는 물론 내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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