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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눈이 높은 사람은 드물다.

소개팅이 들어오지 않을 조건

소개팅을 하기 싫은데 다른 사람들이 굳이 시켜주겠다고 할 때 그걸 한 마디로 거절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나 눈 정말 높아서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조금 재수가 없게 들리겠지만, 또 그에 대응하여 사람들이 거울을 보라고, 혹은 너 자신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을 선사하려고 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받고 싶지 않다면 이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소개팅을 마구잡이로 엄청 많이 받기 위한 전략도 간단하다. '나 정말 따지는 것 없어. 치마만 두르면 돼. 주민등록 번호 뒷자리 첫 번호가 나랑 다르면 돼. 나 정말 눈 낮어'라고 말하고 다니면 소개팅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 수 있다.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하는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소개해 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일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풀이 줄어들기에 연애는 하고 싶은데 소개팅을 '죽어도'하지 않을 사람은 없고, 또 정말로 이성이기만 하면 (또는 성적 취향에 따라 동성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된다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조건을 따진다.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눈이 높다'는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꼭 본인은 눈이 높지 않다고 항변을 한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사실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눈이 높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 뿐이다. 눈이 높다 함은 상대의 외모, 집안, 학력, 연봉 등의 조건들을 모두 최상위로 추구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걸 모두 최상으로 보는 사람은 (있긴 하지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눈이 높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본인이 '최상' 또는 '우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눈이 높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높지는 않되, 취향이 분명할 뿐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성을 찾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조건이나 성향은 높고 낮음을 따질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정말로 물리적으로 눈이 '높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지 그런 것들을 한 줄로 줄 세워서 이성에 대한 조건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 

다만, 까다로운 사람들은 있다. 본인이 꼭 이것만큼은 가진 사람과 만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경우. 학력이 어느 정도 이상은 꼭 되어야 한다는 사람. 키는 어느 정도 이상 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는 것. 외모에서 어떤 부분은 어땠으면 좋겠는 것은 양보 못하겠다는 것. 이건 모두 '까다로운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인간적으로 그건 스스로 인정하자.

까다로워도 된다.

그런데 과연 까다로운 게 나쁜 것일까? 아 물론 말도 안 되는 조건들에 대해서 모두 까다롭다면 그건 기준이 객관적으로 높은 것이며, 그런 사람들은 연애하기가 쉽지 않을 수는 있다. 예를 들면 '키 180cm 이상, 서울대 졸업해야 하고, 연봉은 1억이 넘고, 본인 집이 있으면서, 검소하지만 여자 친구에게는 선물을 잘 해주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든지, '키 170cm 이상에, 객관적으로 이뻐야 하고, 집안에 여유가 있고 남자가 결혼할 때 뭐 해올 것은 전혀 필요가 없고, 연봉 1억에, 사치하지 않는, 청바지에 하얀 티를 입는 게 잘 어울리는 여자'라는 식으로 조건을 댄다면 그 사람은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하지만 연애하는 데 있어서 상대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애초에 그 한계에 맞는 상대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까다로워도 된다. 그것이 본인에게 중요한 것까지 억지로 힘들게 희생하면서 연애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까다로운 만큼 상대를 찾고, 만나는 게 쉽지는 않다는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것이 본인이 까다로워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도. 본인은 눈이 높지도 않고 까다롭지 않은데 주위에서 소개를 잘 시켜주지 않는다고 투덜대지 말자. 그리고 여유를 좀 갖고 기다리자. 길게 본다면 어차피 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