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연애

이혼한 사람과의 연애

어디에서 온 선입견일까?

주위에 이혼한 사람들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이혼한 사람과의 연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20대 중후반 때까지 그랬던 것 같다. 분명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이혼한 사람과는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비단 나뿐일까? 우리 사회에는 전반적으로 이혼한 사람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사람들을 독특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그리고 상대가 이혼한 사람이라면 선입견을 보고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리가 사는 사회의 현실만 놓고 생각해 보자. 물론 결혼한 후에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면에서 연애와 결혼 후의 삶은 분명 다르지만 결혼을 했다 헤어졌다는 것이 그 사람을 만나는데 망설이게 되는 요건이 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만약 이혼을 한 것을 보면 그 사람에게 하자가 있기 때문인 것이 걱정된다면, 그건 사실 만나보면서 확인해 보면 되는 문제고 주위에서 이혼한 지인들을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상대가 정말 이상하거나 두 사람이 정말 안 맞는 경우에 이혼하게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혼한 사람과 재혼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은 아마도 스킨십적인 차원에서 '혼전순결'이라는 점이 강조되던 시대에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이 규범으로 존재하고, 그것을 어긴 사람은 더럽혀졌다는 신념이 규범적으로 존재하던 시대에는 결혼하고 헤어진 사람이 이미 '더럽혀졌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혼한 사람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혼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하지만 우리 시대에서 그런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과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고, 교회에 다니면서 스킨십에서 지켜져야 할 선에 대해 엄격하게 세뇌(?)되었기에 나는 많이 어렸을 때까지는 상대가 '진도'를 어느 정도까지 경험했는지까지를 중요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상대의 그런 경험을 기준으로 만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 그러면 상대의 스킨십적인 측면에서 경험은 어디까지가 괜찮단 말인가?

만남에서 핵심은 사람이다. 브런치의 글들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듯이, 남녀관계에서 스킨십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건 여러 가지 측면들 중 한 가지일 뿐이다. 그리고 사실 스킨십에 대한 기준과 시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면 사실 한 번 가정을 꾸렸던 사람과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두 사람이 같이 살았단 건 분명히 연애하는 것과 다르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연애 후에 헤어진 사람과 연애하는 것과 그것이 정말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 않나?

물론 만약 상대가 아이가 있다거나, 이혼 후에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상대를 잘 믿지 못해서 연애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면 그 지점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은 [상대+1]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고, 이혼 후의 후유증이 있는 경우에는 그 후유증을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실 아이가 있는지 여부의 문제 외에 그 사람의 상처 등은 이혼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며, 이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런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 이혼한 사람이 더 심하지 않겠냐고 질문을 한다면, 물론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누군가가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만남을 고려하는 사람의 리스트에서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인 듯한 느낌을 언젠가부터 받기 시작했다.

선입견을 거두고...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에는 지인들의 이혼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너무나도 멀쩡한 사람들의 이혼 과정을 보고,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혼이 누구의 탓도 아닐 때도, 어느 일방만의 탓일 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한번 결혼했다는 게 왜 흠이 되어야 하는 걸까? 이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나는 과연 그들보다 나은 사람인가? 혹자는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정말로 상대가 본인과 함께 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문제는 부모님께 그 사람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어느 정도 시간에 거쳐서 보여드리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어떤 이들은 한번 갔다 온 사람이 차라리 낫다고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 말에도 나는 개인적으로 공감 또는 동의할 수는 없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일 수 있고 그 원인제공자들 중에는 같이 살만하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며, 이혼 과정에서 심리적인 충격 또는 상처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이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버린 사람들도 봤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혼한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는 사회적 분위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 사람은 사람 자체로, 만나면서 함께 같은 곳을 볼 수 있을지만 고민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