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장사'인가?
일단 연인관계에서 누가 더 아깝다는 말 자체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이는 누가 아깝다는 것은 두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인간을 물건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모두 다를 뿐이지 더 나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그리고 지금 당장 누군가가 객관적으로 더 나아 보인다고 해서 10년에서 20년 후에도 그 사람이 우위에 있을 것이란 보장이 있나? 돈이 많은 남자랑 결혼했는데, 그 사람이 하던 사업이 망하고 나서 여자가 오히려 사업을 일으켜서 성공하는 사례들도 있고, 가난한 작가랑 결혼했는데 그 사람의 작품이 크게 성공해서 결혼 후에 오히려 더 부자가 된 경우도 있지 않나? 결혼하기 전에는 외모가 별로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 늙는 사람도 있고, 젊었을 때는 정말 잘생기거나 예뻤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상하게 변하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사실 결혼하는 시점에 두 사람을 놓고 누가 더 아깝다고 하는 것은 첫 번째로 그 상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자체가 불투명하고, 두 번째로 그런 판단은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몇 가지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돈도 많고 가볍게 만나는 여자가 많은 남자와 먹고 살 정도로 벌지만 가정에 충실한 남자 중에 누가 더 우위에 있는 남자인가?
모든 것은 trade off가 있다. 한 가지를 얻게 되면, 한 가지는 잃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완벽한 사람도 없지만, 모든 게 최악이거나 아무것도 갖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그리고 누군가가 갖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사실 가치 평가를 해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의 기준에 따라서 더 중요한 요소가 있을 뿐이며, 사람들은 본인이 중요시하는 기준에 따라 사람을 만나면 된다. 그걸 놓고 누가 더 낫고 못났다는 평가와 분류까지 할 필요는 없다.
만약에 비교를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 비교를 하고 싶고 그게 만남의 상대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 또는 결혼하는 두 사람의 가치를 비교하고 평가한다고 치자. 상대들을 나열하고 비교하는 건 그것 자체로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니까 말이다.
그런 비교를 할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네가 아깝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네가 상대보다 낫다는 말. 난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왜 그런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난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그런 여자가 너를 왜 만나?'라고 하는 말이 좋았다. 그건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어떤 면에서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좋게 평가하고 있는 거니까.
그 논리는 간단하다. 만약 굳이 사람을 평가하겠다고 한다면 누군가가 내가 아깝다는 것은 결국 내가 잃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반면에 상대가 아깝다는 것은 내가 그 관계에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단 것이다. 생각해 보자. 두 사람 중에 누가 아깝다는 것은 그 상대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 평가는 두 사람 간의 관계에서 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예를 들면 그건 한 사람이 D이고 상대가 A라는 걸 의미할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이 A이고 상대가 A+이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단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 사람들이 당신에게 상대가 아깝다고 한다면, 그건 당신이 기분이 좋을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연애 소식을 들었을 때 두 사람이 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그리고 지금은 부부가 되어서 아이까지 가진 커플이 있다. 그들의 경우에는 사실 난 A가 남는 장사를 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두 사람의 우열을 따진 것이 아니라 A는 독특한 면이 있기 때문에 아무나 만날 수 없지만 B는 성격이 모난 구석이 없어서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그런 평가는 누가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상 잘 맞는 상대를 만날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A가 사람을 만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A가 더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한단 의미였지 B가 A보다 나은 인간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상적인 커플 평가법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건강한 관계는 두 사람이 서로 상대가 더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 A의 지인들은 B가, B의 지인들은 A가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그 커플이야말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 생각보다 많은 갈등과 문제들은 '내가 너보다 낫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나? 만약 상대가 나보다 낫다고, 아니면 나보다 나은 면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면 두 사람이 과연 관계가 틀어질 정도로 싸울 수 있을까? 상대가 나보다 나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갈등이 있어도 두 사람이 최소한 서로를 존중하면서 싸울 것이다.
그래서 굳이 연인이나 부부관계에서 계산하고 평가를 하고 싶다면, 두 사람이 서로 상대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생각해서 상대가 내게 과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는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사람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단 것이다. 예를 들면 정말 댄디하고 깔끔한 사람은 막상 같이 살아보면 항상 그런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해서 피곤할 수도 있고, 옷을 조금은 너저분하게 입는 사람은 집안이 조금 덜 정돈되어도 불평불만을 표시하지 않아서 같이 살기가 편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상대를 만나는 것은 상대가 갖는 장점, 그리고 상대와 당신이 맞는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사람의 단점, 그리고 당신과 맞지 않는 저보다 그 면을 더 중점적으로, 돋보기로 부각시켜서 바라보는 건 어떤가? 당신도 완벽하진 않지 않나?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상대가 나에게 아까울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은 서로 맞지 않는 면들도 맞춰가게 될 수도 있다. 그게 정 안된다면, 특히 결혼하기 전에 그게 안된다면 두 사람은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을 것이다. 결혼한 후에는 서로의 단점을, 맞지 않는 면을 더 많이 발견할 확률이 매우 높기에.
이렇듯 열심히 설명했지만, 사실 두 사람 사이에서 더 아깝고 덜 아까운 사람이 어디 있겠나? 세상에는 서로가 더 잘 맞고 덜 맞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인간 간의 절대적인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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